오전 7시, 정식 오픈을 하려면 세 시간이나 남은 시각이지만 대기인원은 어느덧 1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지하 1층 매장 앞에서 시작된 줄은 복도를 한 바퀴 돌고도 모자라 일층 연결통로까지 이어져 장사진을 이뤘다. 아닌 밤중에 일어난 진풍경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전해지자 뒤늦게 방송국 카메라까지 출동했다.
◇한류는 거들뿐 '디테일의 힘'
↑에뛰드하우스 신주쿠 루미네이스트 1호점 전경.
한류바람이 있었지만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 현지에서 바라 본 한국 화장품의 성공 비결은 '디테일 한' 현지화다. 고자임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 에뛰드 사업부장은 "에뛰드의 성공 키워드는 한류 브랜드라기 보다는 즐거운 화장놀이 문화"라며 "일본 여성들이 갖고 있는 소녀감성을 자극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에뛰드하우스는 일본 여성들이 선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고, 한정판에 특히 매력을 느낀다는 점을 착안해 다양한 패키지를 한정판으로 출시하고 있다. 에뛰드 시그니처 라인인 '프린세스 에튀아네뜨'의 경우, 일본인이 선호하는 세트를 상품화해 발렌타인 버전으로 출시한 후 글로벌 국가 중 일본에서 가장 높은 판매율을 올리기도 했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일본인 고객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없는 게 없는 시장 "튀어야 산다"
현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확실한 컨셉트를 잡는 것이다. 일본은 시세이도, 가네보, 고세, 가오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다. '미용대국'으로 불릴 만큼 남녀노소 모두가 미용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품도 '없는 것 빼곤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대원 LG생활건강 해외영업팀장은 "워낙 화장품이 많은 나라기 때문에 컨셉트가 뚜렷해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며 "일본에는 없는 자연발효를 컨셉트로 한 '숨'과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를 일본 시장 주력 브랜드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깐깐한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가급적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샘플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명확한 컨셉트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