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 분수령...오늘밤 구제금융안 표결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3.03.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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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블룸버그통신↑ 사진제공=블룸버그통신


키프로스가 은행 예금주 손실 부담이 포함된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 투표를 재차 연기했다. 또 시중은행은 21일까지 문을 열지 않도록 했다. 정부가 구제금융안에 대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예금 손실 부담안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신을 종합하면 키프로스 의회 대변인 이아나키스 오미로우는 18일(이하 현지시간) 구제금융안 심의와 투표를 19일로 하루 더 연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정보다 이틀 뒤로 미뤄졌다.



이날 오미로우는 "의회는 19일 오후 6시(한국시간 20일 새벽 1시)에 소집될 것이다"며 "일정 변경은 의회에 수정 법안이 제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회와 재무 위원회 내에서 수정안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예금주 손실 부담 수정 논의
지난 16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키프로스에 대한 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면서 유로존 구제금융안 논의에서 이례적으로, 10만유로 이상 예금에 대해서 9.9%, 그 이하 예금에 대해선 6.75%의 예금자 손실 부담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키프로스 정부는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소액 예금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10만유로 미만의 예금계좌에 3%, 10만~50만유로 10%, 50만유로 이상엔 15%를 부담하도록 조정했다고 유럽연합(EU) 관리들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조정안은 재차 수정될 수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밤 텔레컨퍼런스를 열고 10만유로 미만의 예금계좌는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에, 고액 계좌에 높은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키프로스 정부가 이 수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무지수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모든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10만유로 미만에 손실 부담을 요구하지 않길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키프로스는 10만유로 이상에 높은 손실 부담을 요구하는 방안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키프로스 은행예금의 3분의 2는 외국인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은 키프로스 정부가 예금 징수를 통해 58억유로를 거둬들일 수 있다면 키프러스 정부가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외르크 아스무센 집행이사는 독일 베를린에서 "지원조건 구조 변경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며 "중요한 점은 금융지원액 58억유로가 유지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구제금융안 통과못하면 디폴트"
구제금융안의 의회통과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구제금융안을 지지하는 정당은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이 속한 민주전선(DISY)이 유일한다. 민주전선은 의회 56석 중 20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8석을 갖고 있는 연정 민주당(DIKO)을 설득해야 하고, 내부 이탈표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최소 한명 이상의 야당이 찬성을 해야 한다.

앞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밤 연설을 통해 유로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대형 은행 2곳이 파산할 수밖에 없고, 키프로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고 구제금융안의 의회 통과를 호소했다.

구제금융안이 확정돼 예금주가 손실을 입게 되면 그 여파는 러시아에서 강하게 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키프로스가 최초의 안대로 손실 부담금을 물게 하면 러시아 국민들과 금융기관의 손실액 규모가 약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8일 은행계좌 손실 부담방안에 강하게 비난했다고 외신들은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은 불공평하고, 미숙하며,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제금융안 논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 거리에선 유로존 정상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리에서 쏟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49세의 한 시민은 "유로존은 우리를 실험용 기니피그로 대하고 있다"며 "정부는 신뢰를 잃었고, 우리는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 오히려 낫다. 그리스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프로스 정부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우려해 은행휴무일을 21일까지 연장했다. 앞서 구제금융안이 발표되자 키프로스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현금 자동인출기(ATM)에선 예금 인출 움직임이 나타났다. 상당수 ATM에선 몇시간 내에 현금이 바닥났고, 전자송금은 중단됐다. 구제금융안 소식에 격노한 한 시민은 예금을 지키겠다고 굴삭기를 은행 앞으로 끌고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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