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자금, 독자적인 콘셉트로 운영 노선 확보 '막집 M'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3.03.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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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 한 지하상가에 작은 음식점이 있다. 검은색 외관에 '막집 M'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자만 보인다. 고민 끝에 미닫이문을 한껏 당겨 들어서는 순간 이국적인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막집 M'은 논현동의 숨은 ‘1인치’ 상권을 확보하고 있는 퓨전 주점이다. 상권의 한계를 극복, 특유의 분위기와 독특한 규칙 등 독자적인 운영 방식으로 단골을 형성하고 있다.

◇ 한 번의 확장과 한 번의 이전
'막집 M' 유주석 사장은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LP주점을 하고 있는 형의 가게에서도 일했고 정장을 판매하기도 했다. PC방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여러 직업을 갖고 있던 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한 것은 3년 전이었다. 외식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전에 경험했던 것과 하면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최저 자금, 독자적인 콘셉트로 운영 노선 확보 '막집 M'


처음에는 ‘막집포차’였다. 처음 터를 잡은 곳은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에 위치한 주택가 골목이었다. 주방이 따로 있고 10명이 채 안 되는 고객을 받을 수 있는 매장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이었다. 처음 시작하는 그에게 오히려 비싼 고정비는 부담스러웠다.
테이블, 선반 같은 매장의 기본적인 인테리어 틀은 직접 만들어 사용해 초기 비용을 현저히 낮췄다.



처음에는 다양한 메뉴를 판매했다. 하지만 메뉴가 다양하다 보니 식재료 재고 비율도 높아지고 포차라는 이미지 때문에 유 사장이 처음에 생각하던 가게 이미지와는 달라졌다.
막집포차에서 ‘막집’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음식도 그날그날 단일 메뉴 몇 가지를 내기 시작했다. 자리가 좁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약을 받았고 특이한 의 운영 시스템에 고객이 매력을 느끼면서 단골로 전환됐다.
고객 수가 늘자 바로 옆에 비슷한 크기의 2호점을 열었다. 1호점에서 조리해 서빙 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확장의 개념이 더 강했다.

최근 '막집 M'은 새로운 곳으로 이전했다. 한 아파트 상가의 지하 매장으로 같은 논현동이지만 신사역에서 더 가깝다. 그전에는 가게의 위치를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고 접근성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지하라 가시성은 떨어지지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4만원으로 고정비를 줄일 수 있었다. 3년가량 한 자리에서 운영하면서 고정 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했고 고객의 80%가 예약손님이었기 때문에 매장 운영에는 무리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 코드명은 ‘여행’, 차별화된 콘셉트 구현
'막집 M'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소품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대부분 유 사장이 여행을 다니며 사 모은 소품들이다.
오묘하면서도 정감가고 친근한 <막집>의 분위기는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여행의 흔적은 음식에도 담겨 있다. 유 사장은 여행가면 현지 소품과 활용할만한 식재료를 함께 사온다.
이를 사용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 한국 식재료와 타국의 식재료가 섞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메뉴는 아시아풍 퓨전요리다. 식사보다는 안주에 적합한 메뉴가 대부분이다. 독자적인 음식과 인테리어를 통해 차별화된 콘셉트를 형성했다.

'막집 M'은 따로 메뉴판이 있지 않다. 당일 유 사장 마음대로 그날의 메뉴를 결정한다. 1인 1만5000원(주류 제외)을 기본으로 해 세 코스로 음식을 제공한다. 요즘에는 황태구이를 식전에 주고 2가지 정도의 메인 메뉴를 선보인다.
주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구매 가격은 낮추고 맛과 영양은 높인다. 단일메뉴로만 운영하니 식재료의 재고율도 현저히 낮고 신선한 식재료를 고객은 맛볼 수 있으니 모두 득인 운영 방법인 셈이다.
술은 추가할 수 있지만 특이하게 메뉴는 리필도, 추가 주문도 안 된다. 딱 한번만 제공한다. 좁은 매장에서 많은 고객을 수용하기 위한 '막집 M'만의 방침이다. 대신 음식을 푸짐하고 풍성하게 담아내 만족도를 높인다. 유 사장은 조리도 ‘쿨’하게 한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한 후 제공해서 고객 반응이 괜찮으면 좋고 아니면 앞으로 안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고객이 자신의 메뉴 실험대상인 셈이다. 신메뉴는 처음부터 ‘오늘 처음 만들어 본다’고 이야기한다. 고객은 오히려 그 상황을 즐거워하고 메뉴 완성에 동참한다. 3년의 내공이 쌓인 지금은 실패 확률도 낮다.


◇ 시그니처 포인트는 따듯한 마음을 지닌 괴팍한 주인장
'막집 M'의 가장 큰 시그니처 포인트는 음식도, 인테리어도 아닌 유 사장 본인이다. 그의 괴팍하고 심술궂은 면은 매장 곳곳에 숨어있다.
'막집 M'에서는 손님의 대화 소리가 음악을 덮을 정도면 안 된다. '조용한 막집'이라고 써 붙여놓고 왁자지껄 떠들면 내쫒는다. 메뉴 투정하는 고객에게는 다른 가게로 갈 것을 권유하고 여성고객을 동반하지 않는 일행은 받지 않는다.
오늘 메뉴가 뭔지 알려주지도 않고 더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막집 M'이 고객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가 세운 규칙과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이 공간은 색다름, 신선함으로 다가간다.
천편일률적인 외식 창업 시장에서 자신만의 색을 형성하는 것은 하나의 셀링 포인트로 작용한다. 유 사장이 처음 외식업에 도전하면서도 선뜻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업장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적인 개성을 매장에 담을 수 있고 당장은 실수 연발이라도 직접 부딪혀 도전하다 보면 자신의 것을 온전히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지속적인 음식 공부도 잊지 않고 있다.

이 공간에서 어떤 고객은 유 사장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다. “저도 그랬지만 20대 초반~30대 중반 중에는 이런 자신만의 가게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젊은 손님이 한번은 그러더라고요, 제가 자신의 아이돌이라고. 자신의 꿈을 하고 있어서 계속 찾아오게 된다고요. 그만큼 '막집 M'이 제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당당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 사장에게도 '막집 M'은 오랜 꿈이자 다른 꿈에 도달하기 위한 구름판이다. 시작은 미약했어도 그 끝이 창대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유 사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고객을 맞이하고 이야기라는 양념을 더해 '막집 M'에서의 시간을 맛있게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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