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기업의 엔저 진짜 속내는 '100~110엔'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3.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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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로드]“엔저 끝나지 않았다(It Ain't Over Yet)”

▲자료= Bloomberg▲자료= Bloomberg


◇아베 정부와 일본 재계 모두 100엔 이상 희망
◇“110~120엔은 돼야 정말 엔저”
◇“외부 견제 등 맞대응이 없는 한 엔화 약세는 지속”

8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상징적인 95엔선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95엔선을 넘어서기는 지난 2009년 8월이후 3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95엔이 엔달러 환율의 상징적 저항선으로 여겨져 왔다. 이로써 최근 주춤하던 엔화 약세가 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미 1월 중순 아베 총리의 경제부문 자문관인 고이치 하마다 전 예일대 교수를 시작으로 엔화 약세 목표가 달러당 100엔임을 공식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했다.



하마다 자문관는 110엔선 전까진 일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100~110엔까지의 엔화 약세 여지를 열어 뒀다.

그리고 뒤이어 야스토시 니시무라 경제부 부대신(차관)이 “90엔대까지 떨어진 엔화 약세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It Ain't over yet)”며 하마다 교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정부 관료가 아예 공개적으로 환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110~120엔은 돼야 일본 경제에 역효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란 의견을 제사했다.

즉 아베 정부는 100엔까지의 엔화 하락이 목표임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100~110엔까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푸지오 미타라이 전 전경련 총재도 95~105엔이 원하는 환율대라고 말하며 일본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일본 기업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아베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에 동참하고 나섰다.

닛산 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이미 1월초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일본정부에 100엔까지의 엔화 약세를 용인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10~120엔 정도로 떨어져야 정말 엔저로 볼 수 있다”며 100엔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아예 초기에 무력화시키려했다.

토요타자동차의 아키오 사장과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 회장은 지난 1월초 90엔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올해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각각 81엔과 85엔으로 잡고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엔 하락시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영업이익은 350억엔(4,000억원)과 25억엔(290억원)씩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현재 엔달러 환율이 95엔선을 넘어섰으니 이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수천억엔의 이익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닛산자동차와 혼다의 경우도 1엔 하락시 각각 200억엔(2,290억원)과 160억엔(1,830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예상하고 있다.

소시에떼 제너럴 증권사는 “다른 국가에서 자국 통화를 하락하는 조치를 취하며 맞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엔저 현상은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며 엔화 약세는 외부 견제가 없는 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미국이 나서기 전까진 엔화 약세를 저지할 뚜렷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관련기사 "미국은 왜 엔화약세에 침묵하나")

미국이 엔화 약세를 어느 선까지 용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런던 외환시장에서 옵션트레이더들은 지난 1월 이미 100엔에 베팅을 했다”며, 자신은 100~110엔을 예상, 베팅을 하고 있다고 런던 소재 헤지펀드인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운영매니저인 스티븐 젠씨는 밝히고 있다.

▲자료= Bloomberg▲자료=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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