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궁전 그리고 샤걀의 걸작 '꿈의 꽃다발'

머니투데이 글·사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 서울 과학종합대학원교수 2013.01.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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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 호화로움의 극치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  전경. 언제나 관광버스들과 2층 투어 버스들때문에 제대로 된 외관을 찍을 수가 없었는데 이날 사진은 횡재를 했다. ⓒ파리=송원진↑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 전경. 언제나 관광버스들과 2층 투어 버스들때문에 제대로 된 외관을 찍을 수가 없었는데 이날 사진은 횡재를 했다. ⓒ파리=송원진


파리(Paris)엔 바람이 살랑거린다. 내가 가면 언제나 파리는 파랗고 화창한 날씨로 날 반겨준다. 파리에 가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오페라 가르니에(L'Opera Garnier)'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로 유명한 바로 그곳이다.

◇ 무명 건축가가 꽃피운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극장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는 새로운 문학과 예술이 꽃을 피운 나폴레옹 3세 시절 고전주의를 타파한 무명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1861년 38세의 무명 건축가 가르니에는 파리 오페라 극장 설계 공모에 당선, 14년간 자신의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 '오페라의 궁전'을 지었다. 1871년 1월 드디어 개관한 '오페라 가르니에'. 럭셔리의 극치인 이 아름다운 건축물에 파리 귀족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다. 개관 후 한달 간의 공연이 제목도 모른 채 일찌기 매진사례를 이뤘다고 한다.



↑무대위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마르크 샤갈의 환상적인 천장화 .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450명의 배우가 동시에 오를 수 있는 웅장한 무대가 자리하고 있다. ⓒ파리=송원진↑무대위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마르크 샤갈의 환상적인 천장화 .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450명의 배우가 동시에 오를 수 있는 웅장한 무대가 자리하고 있다. ⓒ파리=송원진
↑ 바티칸 시스티나 천장화 만큼이나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 벽화.  마르크 샤갈의 유일한 천장화 이다. 중간 가격의 티켓을 구입해 앉은 정중장 자리에서 찍으니 멀게만 느껴지던 천장화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내려왔다. ⓒ파리=송원진↑ 바티칸 시스티나 천장화 만큼이나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 벽화. 마르크 샤갈의 유일한 천장화 이다. 중간 가격의 티켓을 구입해 앉은 정중장 자리에서 찍으니 멀게만 느껴지던 천장화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내려왔다. ⓒ파리=송원진
↑100여년전 파리에선 나눠져 있는 층층의 칸마다 귀족들이 시즌권을 구입해서 이 극장에 모여 사교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때론 스캔들을 만들곤 했다. ⓒ파리=송원진↑100여년전 파리에선 나눠져 있는 층층의 칸마다 귀족들이 시즌권을 구입해서 이 극장에 모여 사교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때론 스캔들을 만들곤 했다. ⓒ파리=송원진
이곳은 러시아 예술가들과도 인연이 많은 곳이다. 특히 이곳에 가면 꼭 봐야하고 한번 보면 목이 빠져라 고개를 쳐들고 계속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환상적인 천장화가 있는데 바로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작품이다.

마르크 샤갈이 그린 유일한 천장 벽화인 <꿈의 꽃다발(1964)>. 이 작품은 그가 너무 사랑했던 스트라빈스키,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모차르트, 바그너 등의 발레와 오페라 장면을 천장에 담아 그렸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그들에게 샤갈이 존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주로 오페라나 특히 발레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때로 특이한 구성의 8중주 같은 클래식 음악회도 발견할 수 있다.


클래식 공연이 많은 유럽에서는 물론 고가의 티켓이 있지만 늘 착한 가격의 티켓이 함께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숨소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지난해 6월 파리를 찾았을 때 이 유서 깊은 극장에서 '착한 티켓'으로 훌륭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었다.

◇ 공연 못 본다면 내부관람이라도 꼭 하자

'착한 티켓'이 얼마냐고? 내가 생각하는 "착한 티켓 가격"이란 한끼 식사 값과 비슷한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유럽에서도 200유로까지 하는 오페라 공연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나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10유로짜리 티켓도 있다.

국내에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려면 10-40만원이 들지만 파리에서는 똑같은 공연을 10-80유로 정도면 볼 수 있다.

물론 파리도 인기 있는 공연이나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파리 극장의 시즌 오프에 가까운 6,7월 공연은 매진이 빨리 된다.

2년 전 갑자기 파리에 갈 일정이 생겨서 급히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볼만한 콘서트를 알아보니 1달 전인데도 모든 공연이 매진이었다. 결국 아쉬운 마음에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 관람 (가격 9유로)만을 하고 돌아왔었다.

↑이게 바로 관광용 9유로짜리 '내부 관람 티켓' ⓒ 파리=송원진↑이게 바로 관광용 9유로짜리 '내부 관람 티켓' ⓒ 파리=송원진
↑호사스러움과 화려함의 극치인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 모습. ⓒ 파리=송세진↑호사스러움과 화려함의 극치인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 모습. ⓒ 파리=송세진
↑'오페라 가르니에' 정문으로 들어가면 유명 작곡가들의 조각상이 벽마다 자리하고 있다. ⓒ 파리=송원진↑'오페라 가르니에' 정문으로 들어가면 유명 작곡가들의 조각상이 벽마다 자리하고 있다. ⓒ 파리=송원진
'내부관람'이란 가이드 없이 건축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작품인 이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 안을 구석구석 볼 수 있는 일종의 관광 코스이다. 건물을 장식한 수백 개의 조각상들, 럭셔리한 샹들리에와 곳곳의 벽장식등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화려한 내부를 찬찬히 돌아다니다 보면 반나절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부관람시 단체 관광객들은 무대가 있는 공연장 안에까지 들어가 샤갈의 천장화를 공연장내에서 볼 수 있지만 개인 관람의 경우에는 직접 공연장에는 못 들어가고 천장화가 보이는 1층 두 곳의 문을 통해서 천장과 그 내부를 볼 수 있다.

내부 공연장뿐 아니라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 하나, 벽 하나마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없거나 공연을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내부관람만이라도 꼭 하길 추천한다.

◇ '20유로짜리 착한 티켓' 구입하려면...

공연 티켓을 구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제일 싼 가격인 10유로 정도의 티켓은 파리의 각 극장 매표소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티켓을 한국에서 미리 구입할 수는 없을까? 물론 가능하다. 바로 인터넷 예매를 통해서 말이다. www.operadeparis.fr 에 가면 오페라 바스티유와 오페라 가르니에의 공연 일정과 가격이 상세하게 나온다.

영어가 지원되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고 '눈치'를 더하면 누구나 싼 가격의 좋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파리 여행을 생각중이라면 무슨 공연이든 꼭 한번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한국처럼 좌석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매시 자신의 좌석이 무대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결제하기 전에 확인 할 수 있다.

중앙 무대와 층층이 배치된 좌우의 발코니 관람석 모습.  무대위 커튼이 정말 커튼인지 커튼모양으로 만든 커튼인지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가르니에 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오페라 외에 클래식 콘서트조차 팸플릿에 이 커튼의 사진을 이용하고 있다. ⓒ파리=송원진중앙 무대와 층층이 배치된 좌우의 발코니 관람석 모습. 무대위 커튼이 정말 커튼인지 커튼모양으로 만든 커튼인지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가르니에 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오페라 외에 클래식 콘서트조차 팸플릿에 이 커튼의 사진을 이용하고 있다. ⓒ파리=송원진
↑ 무대 중앙의 커튼을  커버로 한 8중주 팸플릿. 무료로 나눠줬는데 참 친절한 불어로 되어 있었다. ⓒ 파리=송원진↑ 무대 중앙의 커튼을 커버로 한 8중주 팸플릿. 무료로 나눠줬는데 참 친절한 불어로 되어 있었다. ⓒ 파리=송원진
↑ 오페라 드 파리 내셔널 오케스트라 멤버로 구성된 특이한 8중주 공연. 왼쪽부터 바이올린(2), 클라리넷, 첼로, 더블베이스 비올라, 호른, 바순 순이다. ⓒ파리=송원진↑ 오페라 드 파리 내셔널 오케스트라 멤버로 구성된 특이한 8중주 공연. 왼쪽부터 바이올린(2), 클라리넷, 첼로, 더블베이스 비올라, 호른, 바순 순이다. ⓒ파리=송원진
내가 지난해 본 특이한 구성의 8중주 연주회는 20유로짜리 티켓으로 본 것이었다. 오페라 드 파리 내셔널 오케스트라 멤버로 구성된 이 공연은 바이올린(2), 클라리넷, 첼로, 더블베이스 비올라, 호른, 바순으로 구성된 8중주였다. 정말 보기 힘든 구성이었다.

내 자리는 정중앙의 3층이었는데 위쪽 자리이긴 했지만 안정감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보통의 전공자들은 첫줄보다는 조금 뒤의 자리를 선호한다.

8중주 실내악은 많은 인원이 연주하는 것이 아니어서 조금 거리감이 있는 3층의 자리에서 들을 때 오히려 소리가 좋게 들렸다. 높은 자리에 앉은 덕분에 샤갈의 걸작 천장화를 바로 위에서 가깝게 보고 느낄 수 있기도 했다.

◇ 값싼 꼭대기층서 샤갈의 숨결을 느끼다

그래도 역시 오페라 극장에서 더 재미있는 것은 발레였다. 오페라 가르니에에 왔는데 발레를 안 볼 수 없어 파리에 가기 전 인터넷으로 하나를 더 예매하고 갔다.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발레공연("LA FILLE MAL GARDEE")이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일 싼 가격인 12유로짜리 티켓을 구입했다. 그런데 현장에 가서보니 '황당(?)하게도' 공연을 설명해주는 팸플릿의 가격이 티켓 값과 같은 12유로였다.

공연티켓과 같은 가격의 비싼 팸플릿이었지만 다행히도 상세한 설명을 불어와 영어로 병기해 놔서 중간 중간 발레공연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본 공연 중 실내악 8중주 보다는 발레가 훨씬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8중주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내악 연주는 작은 홀에서 듣는 게 더 정겹고 피부에 와 닿는 것 같다.

↑ 티켓가격 만큼 비싸 나를 기함하게 한 12유로 짜리 발레 "LA FILLE MAL GARDEE" 의 팸플릿 ⓒ 파리= 송원진↑ 티켓가격 만큼 비싸 나를 기함하게 한 12유로 짜리 발레 "LA FILLE MAL GARDEE" 의 팸플릿 ⓒ 파리= 송원진
↑ 내용도 이름도 모르고 본 프랑스 코믹발레 "LA FILLE MAL GARDEE"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파리=송원진↑ 내용도 이름도 모르고 본 프랑스 코믹발레 "LA FILLE MAL GARDEE"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파리=송원진
↑영화 의 무대이기도 한 이 곳에 앉아있으니 어디선가, 누군가가 날 쳐다보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유로에 구입한 티켓으로 샤갈의 천장화와 가장 가까운 꼭대기층에 앉아 발레 "LA FILLE MAL GARDEE"를 봤다. ⓒ파리=송원진↑영화 의 무대이기도 한 이 곳에 앉아있으니 어디선가, 누군가가 날 쳐다보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유로에 구입한 티켓으로 샤갈의 천장화와 가장 가까운 꼭대기층에 앉아 발레 "LA FILLE MAL GARDEE"를 봤다. ⓒ파리=송원진
하지만 모르고 가서 본 발레는 소위 '대박'이었다. "LA FILLE MAL GARDEE" 는 프랑스 코미디인데 내용을 모르고도 봐도 깔깔거리며 웃을 정도로 즐거운 공연이었다.

12유로짜리 답게 정말 거의 꼭대기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지만 샤걀의 천장화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서 그것만으로도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꼭대기 맨 앞줄에 앉아서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고나 할까.

파리에 가면 이 '오페라의 궁전'을 놓치지 말자. 호화롭고 웅장하고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곳에서 더 아름다운 음악과 예술을 만날 수 있다.

◇ '오페라 가르니에' 위치는...
오페라역 출구에서 나오면 눈 앞에 웅장한 오페라 극장이 나타난다. 파리 1구이고 방돔광장과 루브르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라파예트 백화점등이 근처에 있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생긴 오페라 바스티유와 구별을 하기위해 '오페라 가르니에'라고 부른다. 총좌석은 2200석 규모이다. 외관이 화려한 조각으로 둘러 쌓여있으며 웅장하다. 극장 내부에 오페라 박물관과 도서관도 있다.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착한 콘서트>
오페라의 궁전 그리고 샤걀의 걸작 '꿈의 꽃다발'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1월 공연은 이번 일요일 20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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