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씨날]"세종시에서 '돈' 벌려면 무슨 장사?"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3.02.1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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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장 쉴 곳 없어 "찜질방"…12평 점포 월세 300만원, 임대료가 걸림돌

[세종씨날]"세종시에서 '돈' 벌려면 무슨 장사?"


세종 첫마을 유일의 노천 포장마차는 정보의 중심이다.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공무원과 기자들은 물론 인근 대학 교수, 토박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포장마차에 들러 사는 얘기를 쏟아놓기 때문이다.

포장마차 사장님에게 "세종에서 돈을 벌려면 어떤 사업을 해야겠느냐"고 농담삼아 물었다.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즉시 답을 내놓는다. "찜질방"



세종에 부족한 것을 꼽자면 한이 없다. 우선 사람이 들어가 살 아파트부터, 식당이나 학원은 물론 미용실, 주유소, 자동차정비소, 서점 등이 모두 태부족이다. 자전거를 권하느라 주차장도 적게 허가하는 에코시티이면서 자전거 판매가게나 수리점 하나 없다.

그 중에서도 찜질방이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가족단위로 이주한 가정이라면 대부분 외벌이다. 부부가 모두 직장을 지키면서 일가족이 멀리 이주하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 세종시 첫마을 전경ⓒ 세종시 첫마을 전경
낮 동안 집을 지키는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찜질방은 단연 1순위다. 주말이면 눈밭에서 아이들 썰매를 끌기에 지친 아빠들에게도 차라리 한숨 푹 잘 수 있는 찜질방은 반가운 선택이다.

문제는 비싼 첫마을의 임대료다. 첫마을 아파트 상가 1층에 입점한 39㎡(12평) 규모 휴대폰 매장의 월세는 자그마치 300만원(보증금 5000만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같은 규모 점포 월세가 210만원이었다. 비록 보증금 6000만원에 권리금 5000만원이 따로 붙긴 한다. 하지만 강남역 지하상가의 번화함을 감안하면 세종의 임대료는 깜짝 놀랄 수준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요즘 찜질방은 복층을 합쳐 3000㎡(약 1000평)에 육박하게 지어지는 추세다. 1층 목 좋은 매장 임대료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높은 층이라 해도 새로 지은 상가의 임대료는 당분간 만만찮은 수준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우후죽순처럼 올라가는 상가건물에 붙은 입점 확정 플래카드에도 병원이나 학원, 커피전문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찜질방은 없다. 고소득은 보장이 안되더라도 생활에 꼭 필요한 다른 근린시설 입점도 아직 언감생심이다.

숱한 신도시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진 세종이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초기 임대료 과열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세종시의 임대료 과열은 식고, 찜질방 방바닥이 따뜻하게 달궈질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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