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 부도 고비 넘겼지만…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2.0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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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 그쳐 위기 반복될 것"

파산에 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고비를 넘겼다. 부도를 모면하기 위한 긴급자금 성격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3000억원 발행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다.

하지만 위기의 근원인 1대주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민간 출자회사들의 대립을 풀지 못한 채 연명하는 수준의 임시방편에 그쳐 파산 위기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BCP 3000억원·CB발행 통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7일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이사회에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3000억원 발행과 CB(전환사채) 발행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ABCP 발행은 드림허브의 부도를 막기 위해 토지(용산철도차량기지) 주인인 코레일로부터 돌려받을 토지대금과 기간이자 3073억원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사업 무산을 전제로 민간출자사가 사업 부지를 원주인인 코레일에 반납하는 대신, 돌려받는 토지대금과 이자 등을 담보로 맡겨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오겠다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드림허브는 다음달 12일까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아야 하는데 현재 통장에는 5억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 ABCP 발행으로 드림허브의 파산을 막을 숨통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넘어야 할 산 여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ABCP를 최종 발행하려면 토지주인 코레일에서 반환확약서를 써줘야 한다. 코레일이 ABCP를 통한 자금조달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점을 감안하면 반환확약서를 거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남겨둔 상태다.


실제 이사회에 참석한 코레일측 3명 중 2명은 ABCP 발행 안건에 기권하고 1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 무산시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4342억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드림허브와 주고받을 돈을 정산하더라도 코레일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므로 3000억원 규모의 반환확약서를 써주는 건 맞지 않는다"며 "다만 이사회 결과를 토대로 코레일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뒤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적정 수준'의 반환확약서를 써줘 부도를 막는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ABCP 발행 안건이 통과된 상황에서 반환확약서를 쓰지 않아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부도를 막을 대안이 없다"며 "코레일이 3000억원 전액은 아니더라도 부도 위기를 넘길 정도로 협조해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주를 대상으로 한 CB 발행의 자금 조달 규모는 미지수다. 민간 출자회사들이 자금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곳이 적지 않고 펀드의 경우는 추가 투자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다. 이번 CB 발행 조건이 발행금액을 정하지 않은데다 지분율과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발행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림허브가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사업 대상지 내 있는 토지의 무단 사용에 대한 배상금을 요구, 법원으로부터 380억원(소송가액) 배상 판결을 받은 것은 변수가 있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가 항소에 나서더라도 배상금 지급을 해야 한다"며 "다만 드림허브의 부도 위험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탁을 걸어 놓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 안건은 부결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온 7000억원 규모의 청구소송은 부결됐다. 이사회는 이날 코레일을 상대로 사업 무산의 책임을 묻기 위해 △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 4342억원 △토지오염정화 공사비 1942억원 △토지인도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810억원 등 총 7094억원 규모의 3개 청구소송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코레일 이사 3명이 이에 반발, 퇴장한 후 민간출자사 이사 7명이 진행한 표결에서 4명이 기권하며 부결됐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민간출자사들이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소송의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우선 ABCP와 CB발행에 서로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기권한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만 용산역세권개발은 사공이 많을 뿐더러 주주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양측 모두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 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 부도를 막으려고 하겠지만 사업방식에 대한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파산 위기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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