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피하자' 월지급식 ELS·펀드 5100억 '뭉칫돈'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3.02.0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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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되자 스마트자금 대거 유입..수익분산해 과세부담 해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여파로 개인들의 투자패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수익을 한꺼번에 지급받는 금융투자상품 대신 매월 나눠 받는 월지급식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수익 분산으로 종합과세 부담을 피하려는 스마트 개미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불과 19일만(거래일 기준)에 월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와 DLS(파생결합증권), 펀드에는 51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올 들어 월지급식 ELS 판매액이 40% 이상 급증하는 등 수익과 절세, 일석이조 수단으로 월지급식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월지급식 ELS·DLS 판매 ‘불티’=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 대우, 우리, 한국, 신한, 현대증권 등 상위 6개 증권사가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판매한 월지급식 ELS와 DLS는 총 406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1% 증가했다.

ELS와 DLS 판매액 중 월지급식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ELS와 DLS 판매잔액 중 월지급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그쳤지만 이달에는 13.8%로 높아졌다. 특히 ELS의 경우 지난해 말 전체 판매액 중 월지급식 비중이 11%였지만 이달에는 18.6%(3681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월지급식 ELS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삼성증권은 올 들어 2233억원의 ELS를 판매했는데 이중 무려 48.5%(1083억원)가 월지급식이었다. 이 증권사의 월지급식 ELS 판매액은 지난해 말 2656억원에서 최근 3739억원으로 40% 이상 늘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5230억원의 ELS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도 월지급식 비중이 21.2%(111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월지급식이 비중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월지급식 ELS를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 역시 이달 들어 1000억원을 추가로 판매했다. 이달 ELS 총 판매액(3500억원)의 28%가 넘는 규모다. 이밖에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들어 각각 192억원, 148억원, 142억원의 월지급식 ELS를 판매했다.

◇펀드도 월지급식 인기몰이=월지급식 투자열풍은 펀드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경제불안과 증시 불확실성으로 펀드 환매가 계속되고 있지만 월지급식 펀드에는 신규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실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월지급식 펀드에는 1011억원(공모기준)이 유입됐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이슈가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이후로는 4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전체 공모펀드(증권형 기준)에서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월지급식 펀드 중에서도 해외 채권형 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보다 안정적이면서도 국내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별로는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종류A’가 올 들어 가장 많은 303억원이 유입됐다. 또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월지급식아시아하이일드자[채권-재간접]A’ 273억원,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지급미국달러하이일드(채권-재간접)(H)(A)’ 153억원 등 주로 해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투자수익 분산해 종합과세 회피=월지급식 상품에 시중자금이 몰리는 것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4000만원->2000만원) 강화 때문이란 설명이다. ELS나 펀드의 투자수익을 일시에 받을 경우 자칫 종합과세 대상이 돼 세금부담이 커질 수 있어 과세회피 수단으로 월지급식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부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38%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현재 원금 비보장형 ELS의 평균수익률은 지수형이 연 7~9%, 종목형이 연 10%대 중반이다. 예컨대 3년 만기 종목형 ELS의 경우 5000만원만 투자해도 만기상환 시 투자수익이 2000만원을 초과해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반면 월지급식으로 투자하면 연간 투자수익이 1000만원 미만으로 종합과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ELS는 기본적으로 누적된 수익을 만기에 일시 지급하는 구조화 상품”이라며 “따라서 이미 ELS에 투자한 고객은 물론 앞으로 투자할 고객들에게도 종합과세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상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저금리로 ELS, 채권형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종합과세 기준 강화로 세금부담도 그만큼 커져서다.

이중호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와 종합과세 기준 강화, 절세상품 부족 등으로 월지급식 상품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월지급식 뿐만 아니라 수익 지급기간이 세분화된 다양한 상품들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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