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측근' 특사, 朴 반발···신·구권력 밀월 '끝'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훈남 기자 2013.01.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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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한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측근 인사 및 부정부패·비리 전력자를 포함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박 당선인 측은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며 즉각 비판에 나섰다. 우려했던 신·구 정권의 충돌이 현실화되며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둔 정국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특사 단행 발표 직후, "법과 원칙에 따라 특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정권 창출 '공신'을 비롯한 이 대통령 측근이 대거 포함되며 임기 말 '보은 특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오는 31일자로 실시되는 특별사면 명단에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후원자'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사업단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대출 및 세무조사 무마 청탁 로비 혐의로 징역 2년6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두 사람의 형 집행률은 각각 47%와 31%로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디도스 사건'의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 회사 돈으로 미국 고급주택을 사들인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 섬유PG장(사장)도 사면 대상이다. 특히 조 회장은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정부는 용산참사 관련자 5명, 참여정부 인사 및 야당 의원, 교육·문화·언론·노동계 인사, 중소·중견 기업인 등도 특사 대상에 포함시키며 '보은인사' 논란을 비껴가려 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사 단행 직후에는 박 당선인 측과 대통령직 인수위, 여·야 등 정치권의 전방위 성토가 쏟아졌다.

우선 박 당선인은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조 대변인은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입장을 전하며, "특사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의 발표 30분 전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도 "이번 특사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연거푸 비판 브리핑을 가진 것은, 그만큼 박 당선인이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박 당선인은 특사를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 "사면권은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던 청와대의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인수위가 이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책임"을 물은 것도 비판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통의동 집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 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특사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거듭 밝혔다.

그 동안 박 당선인 측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며 청와대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공세로 전환한 것은 특사로 인한 부정적 여론이 새 정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박 당선인은 이미 자신의 입장 및 논평을 통해 특사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무시하고 특사를 강행한 만큼, 박 당선인으로서도 더 이상의 '동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과거 반복됐던 신·구 정권의 충돌로 확산될 지도 관심사다. 앞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격' 논란과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 등에서 청와대와 박 당선인 측의 '파열음'이 감지된 만큼, 향후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인수위가 전 정권의 '과오'를 여과 없이 지적하는 등 갈등의 확산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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