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명 북적, 영등포 '성인콜라텍' 가보니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2013.01.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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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조장·불법 주류판매 경계…"자식 눈 피한 유일한 황혼의 사교공간"

엘리베이터 탑승을 위한 노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3층을 선택한 이들은 "걸어가는것이 낫겠다"며 계단으로 떠났지만 7층과 9층으로 가려는 이들은 새로운 전쟁을 기다렸다. 잠시 후. "아이고 또 못탔네"라는 탄식이 들렸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영등포의 한 빌딩. 모여있는 노인들 옆으로 '콜라텍 성업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노인들이 가려고 했던 이 건물 3층과 7층, 9층에는 성인콜라텍 업체 3곳이 입주해 있었다.



하루 500명 북적, 영등포 '성인콜라텍' 가보니


◇소외된 노인들의 '해방구' 성인콜라텍

콜라텍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청소년층을 겨냥해 술을 팔지 않는 무도장 형태로 시작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청소년층의 관심이 시들해진 후 사업의 성격이 바뀌어 노년층을 위한 '성인콜라텍'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등포 인근에는 영등포 시장 부근 콜라텍 4개 등을 포함해 7~8곳의 콜라텍이 성업 중이다.



3개 층의 콜라텍은 다른 업소였지만 '쿵짝쿵짝' 4박자 리듬의 음악이 깔리고 있는 것은 똑같았다. 고등학교 교실 2개 정도 크기의 마룻바닥 스테이지에는 형형색색의 무대조명이 몽환적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정장에 신사 코트를 입거나 무스탕에 백을 든 장년의 남성과 여성들은 500원의 보관료를 내고 외투를 맡기는 것으로 입장료를 대신했다.

오후 2시경 가장 인원이 많다는 시간, 스테이지는 붐볐다. 하루 평균 500명 내외가 방문한다고 콜라텍 직원은 말했다. 남녀 짝을 맞춰 춤추는 모습이 능숙해 보였다. 4박자에 자유롭게 춤추는 듯해도 동선에 따라 잡아야 할 손의 위치가 절묘하게 만나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춤을 추는 장년의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9층 콜라텍에서 만난 김모씨(81·여)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구경도 하고, 시간도 함께 보내는 공간"이라고 콜라텍을 설명했다. 또 "춤추면서 운동도 하는 곳"이라며 "방문을 위해 화장도 하고, 몸을 가꾸는 것이 노년의 자기계발 같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2시간 이상 춤추기는 어렵다"면서도 "춤은 관절이 불편한 노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 불륜 조장·불법 주류 판매 등은 논란

성인콜라텍은 그러나 노년층의 불륜이나 주류 판매 등으로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날 찾아간 콜라텍에서도 장년의 무리 속에 한 중년 여성이 가슴에 '부킹'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는 일반 무도장과 다를 바 없이 중년 남성과 여성의 즉석만남을 주선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일반 무도장의 경우 홀에 위치한 테이블을 오가며 부킹을 주선했지만 성인 콜라텍에서는 스테이지에서 겉도는 노인들이 서로 짝을 맞춰 춤을 출수 있도록 연결해준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스테이지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노인을 제지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 박상빈 기자ⓒ 박상빈 기자
주류 판매 역시 꾸준히 사회적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날 콜라텍의 스테이지 옆 식당에서 음주와 식사를 하는 몇몇 무리가 있었다. 소주와 맥주, 막걸리는 1병당 3000원에, 맥주안주인 번데기와 마른안주는 8000~1만원, 소주안주인 아구찜은 1만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반면 맞은편에 위치한 호프집은 텅 비어있었다. 직접 끓인 생강차를 판다는 카페와 복도의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년층이 많았다.

영등포 구청에 따르면 3층 콜라텍은 스테이지와 식당의 출입문이 따로 있어서 불법 주류 판매 논란은 피해갔지만 스테이지와 콜라텍이 연결돼 있어 사실상 주류를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9층 콜라텍의 경우 불법 주류 판매로 단속된 적도 있다.

영등포 구청 관계자는 "콜라텍은 체육시설로 인허가 할 게 없는 자유업으로 구청의 관리 권한이 없다"며 "반면 물과 음료수 등 완제품만 판매 가능해 조리를 하거나 주류를 판매하면 무허가업소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자식·사위 눈치 안보는 황혼의 사교공간

콜라텍에서 만난 노년층들은 얼마 남지 않은 황혼들만을 위한 공간인 만큼 콜라텍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3층에서 만난 이모씨(73·여)는 "여기 와서는 춤 안 추고, 음악만 들어도 좋다"며 콜라텍이 좋다고 했다.

일주일에 1~2번 방문하는 편이라는 그녀는 "날마다 오는 사람도 있긴 해"라며 콜라텍이 많은 노년들이 방문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소외된 노년층들이 찾는 유일한 사교공간인 만큼 너무 사회적으로 편견을 갖지는 말라는 당부도 했다.

자식 세대들의 눈치를 안보고 또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다른 이모씨(69·여)씨는 "보통 2시에 많이들 와서 5시쯤에 집에 간다"며 "딸 식구의 가사를 돕고 있고 사위의 눈치도 보여 4시쯤에 귀가한다"고 했다.

그는 "노년들에게 콜라텍은 좋은 공간이지만 자식세대에게는 눈치가 보이는 편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노년층이 평상시 갈 곳이 어디 있나"며 "콜라텍은 건강한 사교와 운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꽃뱀이나 음주사건 등은 없어져야 한다"면서도 "그런 사건 등은 대부분이 해프닝으로 사소한 갈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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