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짜리 LG TV "4년만에 AS 안돼" 멘붕

머니투데이 이광용 기자 2013.01.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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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감가상각 AS' 받는 LG전자 소비자들의 분노

글로벌 가전기업 LG전자가 수리용 부품의 보유기간을 정한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수요 예측이 어려워 부품보유기간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항변이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제조사의 ‘계산된 꼼수’라고 의심한다.

제품 단종을 이유로 AS를 거절당한 소비자들은 이들 단체에 가전 대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고발하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허점을 이용해 부품을 갖춰놓지 않고 제조사가 고의로 AS를 회피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LG전자 엑스캔버스 브로드웨이 52LY4D

경기 남양주에 사는 최모씨(52)는 2008년 큰 맘 먹고 구입한 LG전자 ‘52LY4D’ TV가 최근 고장나 골치를 앓고 있다. 수리를 요청한 서비스센터에서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 인버터 고장인데 해당 모델이 단종돼 부품이 없으니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백화점 구입가는 490만원. 대기업 LG를 믿고 판매가(550만원)에서 각종 할인혜택을 받아 10년 앞을 내다보고 고심 끝에 결정한 고가의 구매였다. 2007년 출시 당시엔 120Hz 구동기술을 지원하는 TV로 주목 받았지만 최씨에게 이 제품은 이제 ‘고물’일 뿐이다. 최씨는 “대기업에 당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씨(39)도 2년여 전 LG전자 TV를 구입한 경우다. 1년 만에 고장이 나서 수리를 받았는데 그로부터 1년 후에 같은 증상으로 AS를 또 거쳤다. 그런데 4개월 만에 동일한 하자가 생겨 AS를 요청하자 ‘수리가 불가해 감가상각으로 보상할테니 새 제품을 구입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처럼 가전제품 제조사가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AS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몇 년을 더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데도 제조사가 부품보유기간을 지키지 않고 감가상각 보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집계한 TV 가전제품의 감가상각 관련 민원이 지난해 1645건에 달할 정도다.

정부가 제품이 단종되면 부품을 의무 보유하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가전제품의 경우 부품보유기간은 8년이다. 부품을 보유하는 대신 제조사들은 정액 감가상각 기준에 따라 보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4~6년(가전제품은 5년)인 내용연수에서 사용한 연수를 차감해 감가상각하고 구입가의 5%만 보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사가 부품보유기간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솜방망이에 불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도마에 오른다. 고시 수준인 권고를 법제화해 분쟁해결기준을 지키지 않는 기업을 처벌하는 제재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준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 팀장은 “기업의 품질보증을 담보할 AS 관련 강제력 있는 법제화가 시급하다”며 “부품보유 수요를 산정할 수 있도록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불량률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수요에 따라 추가 확보를 하지만 하위 부품업체 파산 등으로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부품을 단종시킨다”면서 “TV만 해도 한해 50여종을 출시하는데 무한정 부품을 보유할 경우 물류 및 운영비용이 불어나 결국 소비자가 AS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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