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계사년, 낙관론을 믿을 수 없다면

머니투데이 정희경 부국장 겸 증권부장 2013.01.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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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계사년, 낙관론을 믿을 수 없다면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주식이나 상품에 투자해 어느 한 시점, 일부 종목을 통해 큰 돈을 벌더라도 언제나 이익을 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경험칙입니다. 지난해 격전을 치른 투자자들로선 새해를 맞아 변함 없이 고개를 드는 낙관론의 옆 자리에 새겨둘 경구이기도 합니다.

영원히 승리하는 투자자가 나타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예측력의 한계일 겁니다. 매년 이 무렵이면 전년 투자수익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더라도 최소한 신중한 낙관론이 부상하기 마련입니다. 머니투데이 증권부가 실시하는 연례 증시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계사년 새해 코스피지수는 '상저하고' 양상을 띠면서 2200선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습니다. 이런 컨센서스대로 시장이 움직일지는 솔직히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지난해 조사 때도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 대통령선거 열풍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응답자의 과반수가 코스피 2200~2400을 전망했으나 정작 이 지수는 1997.05로 마감,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추이도 '상저하고' 전망과 달리 '전강후약' 양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1년 11% 하락한 코스피가 지난해 9% 상승 반전한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시장예측은 위험한 작업입니다. 1년 이내 단기간 지수 흐름에 관한 한 전망치가 맞는 경우보다 틀리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올해 본지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전망치 범위를 넓게 잡았습니다. 수백 포인트까지 벌어진 전망치를 두고 "이런 예상이라면 나라도 하겠다"고 힐난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자칭타칭 전문가로 통하는 이들에게는 곤혹스런 상황이지요.



국내 전문가들은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특수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탓에 시장전망 때 상당한 '용기'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힘입어 경제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외국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기업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선진국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주가가 기대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불안한 경기회복, 중국의 경착륙 우려 등 주요국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탓에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올해도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자신에게 맞는 투자 나침반 하나를 갖지 못하는 경우 양떼처럼 몰려다니나 뒤늦게 한숨을 내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만난 베테랑 투자자는 우리 증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이 연 15% 정도 되고, 여기에 5%가량의 변동성만 감안하면 됐는데 이제는 주식의 예상수익률이 연 5%로 축소된 반면 변동성은 20%로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른바 기업분석을 통한 정석투자를 했더라도 변동성이 커지면 훨씬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그는 무엇보다 변동성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작업은 개인투자자에게 더 버거운 일일 겁니다. 오히려 절세상품이나 운용보수가 낮은 펀드를 선택하는 등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는 게 현명한 투자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주가와 현재, 그리고 미래 주가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랜덤워크' 이론을 창시한 버튼 맬키엘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들은 시장참여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우발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그의 충고를 따르자면 시세표에 다트를 던지듯 투자종목을 골라도 웬만한 펀드매니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올해도 종목 선택 못지않게 위험관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위험 자체는 투자자들은 못해도 당국은 낮춰줄 수 있습니다. 시장을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 웬만한 외풍에는 흔들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 정부에 이런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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