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익 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교수(사진)가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성공적 발전을 위해 제시한 조건이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장 교수는 9일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은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볼로냐는 피렌체 등과 더불어 중세자치도시가 발달한 지역이었으며, 일찍부터 자립적이고 기술을 중시하는 소규모 직공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하는 경제가 발전해온 곳"이라며 "이런 자치와 협동의 전통문화가 협동조합 발달의 큰 자양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볼로냐지역 내 협동조합의 특징을 4가지로 요약했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 지원을 위한 금융체계를 갖추고, 협동조합연대기금을 법적으로 의무화해 협동조합 설립을 촉진했다"며 "동종 협동조합 간의 수평·수직적 네트워크, 이종 협동조합 간의 컨소시엄 등을 결성해 협동조합 설립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동조합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으며 협동조합 발전경로의 다양성도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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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볼로냐 지역엔 종업원 50명 이하의 소규모 기업이 주로 발전했는데, 협동조합 간의 컨소시엄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주정부가 지역개발공사를 설립해 지역혁신정책을 함께 추진한 것이 이 지역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역의 '내발적 발전'(Endogenous Development), 각종 휴먼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독과점에 대한 대응 등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한 과제 해결에 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협동조합은 투자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에 비해 조합원의 필요 충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와 경영의 안정성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와 기술혁명의 시대에 중소규모의 다양한 협동조합 기업들이 지역과 업종을 축으로 전략적 제휴나 컨소시엄, 연합회 등을 통해 활동하면 경영의 안정성과 전문성은 물론 승자독식의 폐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