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열린고용 제대로 추진해야 성공한 정부된다"

머니투데이 대담= 송기용 정경부장, 정리= 정진우, 사진= 홍봉진 기자 2013.01.04 05:35
글자크기

[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1-2>[인터뷰]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학력보다 능력과 실력에 따라 정당하게 대우받는 열린 고용사회를 위해 고졸 채용을 적극 확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관계 점검 등을 위해 전국에 있는 각종 사업체를 방문할 때마다 이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열린 고용' 정책이 탄력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서다.

이 장관이 지난 1년간 발로 뛰며 이 정책을 직접 챙긴 결과, 고졸 취업률은 상승하고 대학 진학률은 떨어지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개교한 21개 마이스터고 졸업 예정자의 89.9%가 지난해 말 현재 취업에 성공했다. 매년 1800명(경력자 포함)이던 은행·보험 등 금융권 고졸자 채용규모가 3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 30대그룹의 고졸 채용도 2011년 3만4770명에서 7.3% 증가한 3만7300명으로 확대됐다.



이 장관은 '열린 고용'이 뿌리 내린다면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실업자 급증 등 학력인플레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 장관을 만나 그동안 진행된 '열린 고용' 정책과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 '열린 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습니다. 왜 '열린 고용'이 주목받을까요.
▶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일 정도로 학력 인플레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청년실업 심화 등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죠. 학력이 아닌 실력에 따른 고용문화가 자리 잡힐 때 이런 낭비적 요소는 사라지고, 우리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겁니다. 저성장에 빠진 한국사회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죠.



- 그런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시나요.
▶ 그동안 능력 있는 고졸 젊은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뽐낼 기회를 갖지 못한 게 큰 문제였습니다. 2011년부터 물꼬가 트인 열린 고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노력한 결과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민 인식도 '학력'이나 '간판'에서 '실력' 중심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열린 고용 정책이 고졸 취업률을 얼마나 높였나요?
▶ 특성화고 학생 가운데 취업희망자 비율이 2011년 10월 46.1%에서 1년 만인 2012년 10월에는 61.4%까지 올랐고, 지난 2010년 개교한 21개 마이스터고 졸업 예정자의 89.9%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반가운 것은 기업들의 변화입니다. 금융권은 연 1800명 수준이던 고졸자 채용 규모를 지난해부터 3000명 수준으로 늘렸죠. 30대 그룹의 고졸채용은 2011년 3만4770명에서 2012년 3만7300명으로, 전체 채용규모의 30.8%를 고졸로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학력보다 기술과 기능, 실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 열린 고용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LG전자와 현대백화점 등이 기업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대학은 기존 사내대학과 달리 학위 기능보다 철저하게 실무능력 배양을 목표로 하고 있죠. 기업들이 앞으로 미국 하버드대학을 나온 것보다 자사의 기업대학에서 공부한 사람을 우대하고 인사고과를 높이 쳐주면 분명 실력위주의 분위기가 조성될 겁니다. 정부도 규제를 최소화하고, 지원을 최대로 늘릴 겁니다. 지난해 기업대학 3개가 문을 열었는데, 올해는 20개까지 확대될 예정입니다. 기업들이 기업대학을 살아 숨 쉬는 대학으로 운영할 때 모두가 윈윈 하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 국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열린 고용 정책이 계속될지 걱정합니다.
▶ 지난해 2월 한 설문조사에서 고졸 채용이 일시적일 것이란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 결과를 봤는데, 그만큼 국민들이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2008년부터 열린 고용 정착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단계적, 체계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착실하게 기초부터 정책을 잘 다져왔고 학력주의를 해소해야 한다는데 모든 국민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 고용은 앞으로 더욱 발전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 이 정책을 지속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뭔가요?
▶ 열린 고용 기조를 유지하지 않으면 실패한 정부가 될 겁니다. 반대로 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면 성공한 정부가 되겠죠. 정부는 국회에 제출돼 있는 관련 법안 등을 통해 열린 고용을 정부의 책무로 명문화하고, 핵심직무역량평가모델과 같은 제도적인 부분도 확충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정책 지속성의 바탕이 되는 국민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력이 아니라 기능과 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전개할 방침입니다.

- 최근 노사분규가 많이 줄었는데, 그만큼 노사관계가 안정된 걸까요?
▶ 최근 들어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가 뚜렷이 줄어드는 등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1년 노사분규는 65건 발생해 1987년 이후 최저이고,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도 24.7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8일보다 낮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핵심 기조인 법과 원칙에 바탕을 둔 '법치'와 노사 자율 해결의지인 '자치', 그리고 상생·협력의 노사문화인 '협치'가 산업현장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홍봉진 기자
-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 정책 방향이 궁금합니다.
▶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은 591만 명에 달합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3.3%를 차지하죠. 정부는 비정규직 활용은 보장하되, 불합리한 차별시정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권한을 부여하고, 차별시정 신청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습니다. 또 불법파견 시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즉시 직접 고용토록 했고, 비정규직 다수 고용사업장 등에 대한 감독을 실시해 차별을 없앨 예정입니다.

이밖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22만1000명 중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 1만4000여명을 지난해 상반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올해 4만1000명을 포함해 모두 6만3000여명을 연차적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다 정규직으로 해 주겠다는 것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이 필요의 산물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한 남용과 불합리한 차별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 최근 노동자 중에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 그분들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용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때문에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에선 최저임금 이내에 대해선 손배가압류를 걸지 않고, 자기 급여의 1/2까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조를 비롯해 어떤 조직이든 손배가압류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령은 지키라고 있는 것입니다. '노조는 사측에 비해 약자니까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은 그 자체가 특권의식입니다. 손배가압류 문제를 법으로 해석해야지, 정치·사회화 시키면 안됩니다. 노사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억지로 다른 압력을 가하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합니다.

- 올해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한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 올해도 고용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증가세가 나타나고,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50세 이상 연령층 중심으로 자영업자의 고용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해 고용 증가세로 인한 기저효과로 2012년 수준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회복이 더디고 일자리 사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엔 기업들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기조가 유지되겠지만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가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을 위한 노사 간 상생과 협력이 계속돼야 합니다. 대기업과 정규직 노사가 하청업체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