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타임스퀘어' 옆동네 우리 집값이…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12.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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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집값 좌우하는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 있는 영등포동·디큐브시티 맞닿은 신도림동
아파트값 인근보다 20~30% 비싸, 상가가격 덩달아 상승
기관·외인 투자 증가…판교·광교등 2기 신도시도 눈도장


↑영등포 타임스퀘어 전경↑영등포 타임스퀘어 전경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한 곳에서 쇼핑, 식사, 영화관람, 휴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몰링(Malling)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미 주말 데이트 대부분을 복합쇼핑몰에서 소화하는 '몰고어'(mall-goer)가 생겨났다. 몰고어는 몰링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몰고어 대부분은 젊은이일 것이란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젊은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부부도 많다. 휴일을 집에서 보내기는 그렇고, 여기저기 다니기는 피곤해하는 세대에게 몰링은 새로운 휴가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코엑스몰'을 시작으로 '아이파크몰'로 이어진 몰링 트렌드는 최근 들어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도림 '디큐브시티', 방화동 '롯데몰 김포공항'이 속속 개장하면서 쇼핑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트렌드 변화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시장 변화로 이어진다. 먼 거리를 교통정체 겪어가며 쇼핑몰로 가기보다 몰 주변에 살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 집 주변에 완벽한 편의시설인 쇼핑몰이 들어서면 다른 지역보다 집값도 높아진다.

 인근 상가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몰링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쇼핑몰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부동산투자가 오피스로 몰리지만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최근 쇼핑몰 투자도 늘고 있는 것.


영등포 '타임스퀘어' 옆동네 우리 집값이…
 ◇쇼핑몰, 아파트·상가가격에 좌우
 타임스퀘어가 있는 서울 영등포동은 바로 인접한 동보다 아파트값이 20~30% 비싸다.

 타임스퀘어 전면에 있는 영등포동 문래자이 전용면적 121㎡ 시세는 평균 7억5250만원으로, 3.3㎡당 2033만원선이다. 반면 영등포동과 인접한 신길동 삼성래미안 114㎡의 경우 5억1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3.3㎡당 1457만원 수준.

 한때 낡은 공장이 즐비해 '굴뚝지대'로 불린 신도림동도 현재 구로구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이다. 신도림동 3.3㎡당 아파트 매매가는 1412만원 수준으로 인근 시세보다 20~30%가량 높다. '디큐브시티'와 맞닿아있는 구로구 신도림2차 푸르지오 85㎡는 6억4000만원(3.3㎡당 2461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부동산114에 의뢰해 조사한 주택가격 변동률을 보더라도 쇼핑몰이 소재한 동의 아파트단지는 가격이 상승할 때 구 평균보다 더 오르고 하락할 때 덜 내렸다.

 영등포동의 경우 2009년 9월 '타임스퀘어' 개장 전에는 주택가격 상승폭이 구 평균보다 낮았지만 개장 이후 안착기를 거치면서 연말부터 구 평균보다 하락폭이 낮았다. 신도림동 '디큐브시티'와 롯데몰 '김포공항'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영등포동의 경우 아파트형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지역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했고 '타임스퀘어' 개장으로 완벽한 편익시설을 갖춘 도시로 변신했다"며 "젊은 부부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의 경우 쇼핑몰 개장효과를 톡톡히 봤다. 쇼핑몰 개장 전과 직후 주변 상가가격의 변동폭이 크지 않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현재 상가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개장한 지 2년이 넘은 '타임스퀘어' 인근 영등포역 일대의 경우 상가가격이 36%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상가의 경우 쇼핑몰이 개장하면서 상권이 자연스럽게 발달, 주변 상가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며 "아파트는 쇼핑몰이 소재한 동이 구의 중심부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은 낙후된 주변 지역을 일순간에 중심지로 만들기도 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재단장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이 문을 열면서 두 지역은 변두리에서 지역중심가로 탈바꿈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해운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단숨에 떠올랐고 롯데백화점 광복점도 침체된 부산 중심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쇼핑몰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문화행사는 지역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디큐브시티'는 올해 아세안축제, 초단편영상제 등 잇단 문화행사를 열었다.

 타운매니지먼트로 불리는 이같은 행사는 관람객이나 방문객들이 '디큐브시티'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 골목상권으로 흩어져 소비를 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쇼핑몰이 있는 동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옆동네 우리 집값이…
 ◇"기관투자가, 쇼핑몰 투자로 몰린다"
 쇼핑몰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몰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이나 외국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코크렙아리프코리아제1호 CR리츠(구조조정용 부동산투자회사)가 보유한 명동 '눈스퀘어'는 국민연금이 85%를 투자해 만든 부동산펀드 'PS KORIF 사모부동산투자신탁7'에 매각됐다.

 매각금액은 2350억원이며 펀드운용은 피에스자산운용이 맡는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리테일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리테일 인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도해왔다. '눈스퀘어'는 코람코자산운용이 '아바타몰'을 인수해 만든 CR리츠가 운영하던 쇼핑몰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보유한 명동 'M플라자'는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외국계 투자사인 인베스코에 매각됐고 신림동 '포도몰'은 2010년 싱가포르계 투자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에 팔렸다. 울산 '업스퀘어 쇼핑몰'도 외국계 투자사인 안젤로고든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맡아 2013년 문을 열 예정이다.

 '디큐브시티' 시행사인 대성산업도 백화점·호텔·오피스를 분리, 지난해 9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참여한 CR리츠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현재 '디큐브시티호텔'은 도이체방크의 국내법인인 도이치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가 인수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거래되는 쇼핑몰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기관투자가들과 부동산투자자문사들이 판교, 광교 등 입지가 우수하고 배후인구가 많은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투자처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투자자문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으며 물건이 부족한 핵심상권보다는 신흥상권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완공됐거나 완공을 앞둔 대형쇼핑몰은 여의도 'IFC 서울몰', 일산 '원마운트몰'(2013년 완공), 울산 '업스퀘어'(2013년), 하남 '유니온스퀘어'(2015년), '제2롯데월드'(2015년) 등이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전경↑신도림 디큐브시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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