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응모자들이 응모 전에 한 가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머니투데이가 실시하는 것은 다른 신문의 일반 신춘문예와는 다른 '경제신춘문예'이다. 작품 소재가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기업경영이든 일반 경제현상에 대해서든 작품 안에 여러 형태의 경제적 행위와 현상을 녹여내야 한다. 아주 잘 쓴 작품이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제외한 작품들이 있다.
우수상으로 뽑은 <오라해서 갔더니>는 일곱 명의 트레일러 차주들이 지입차 형식으로 연합한 사무실의 대표와 이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회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사회 곳곳에 갑과 을의 관계가 있고, 이런 갑과 을의 관계가 운송부분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며 일어나는지를 소설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간 중간 상황설명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름대로 그쪽 세계의 문제점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올해 시 부문에서도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응모작이 늘어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시적 완성도가 높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집>, <퇴출>, <골목 앞 바다>, <벗어둔 고래> 등이었다.
이 가운데 <집>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튼 새집을 보며 "새들처럼/기다림처럼/내 집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소박하고 아름답게 동시처럼 펼쳐 보이고 있는 수작이었다. 다만 함께 응모한 작품들의 수준이 <집>을 최종작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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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은 한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일을 구하는 노동자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는 가자미와 연결시켜 풀어가고 있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으나 시적 연결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었고 <골목 앞 바다>는 함께 응모한 <푸른 꽃>과 함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응모작 전체가 고르지 못한 점이 지적됐다.
결국 시 부문 최종작으로 <벗어둔 고래>가 선정됐다. "정년퇴임 후 아버지가 가지런히 벗어둔 구두"를 닦으며 그 신발에서 묻어나는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자꾸만 눈부신 물광이 구두에서 난다"는 시의 마무리와 함께 애잔하게 그려져 있다. <하늘 여인숙> 등 함께 응모한 작품들이 이 시를 최종작으로 뽑는데 믿음을 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응모작 대부분이 작품 수에 비해 시적 완성도나 깊이가 떨어져 대상과 같은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가작에 머무르게 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며 내년을 기약해보기로 한다.
심사위원 이순원(소설가) 이희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