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어쩌나…'둥근 TV' 만들어야 할 처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2.12.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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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주자 삼성-LG TV '디자인 특허' 수두룩..특허 피해갈 수 있나?

애플의 무분별한 특허 전략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23일 중국과 대만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을 통해 55인치 애플TV를 내년 중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치열한 특허전쟁을 펼치고 있는 애플이 이처럼 TV 시장 진출을 구체화하면서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LG전자 (92,400원 ▲900 +0.98%)가 장악하고 있는 TV 시장에서 애플의 TV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스플레이'를 무기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른 경쟁자들의 진입을 저지해온 점을 볼 때 TV 시장에서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삼성이나 LG가 애플의 TV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TV 디자인 특허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중 사출과 스탠드형 삼발이 기술, 네로우 베젤은 물론 리모컨, 3D 안경, 엑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해 놨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TV 디자인 특허는 수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관계자도 "제품 출시 때마다 특허를 내놨으며, 국내에 TV 디자인 관련 특허가 1000여건, 해외도 1000여건 출원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LG전자도 TV를 비롯한 주변 엑세서리 등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휴대폰의 디자인이 세로로 세워진 직사각형의 기본틀에서 만들어졌듯이 TV도 가로로 놓인 직사각형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되며, 삼성전자 등은 이미 수십년간 TV를 만들어오면서 자신들의 디자인을 TV에 접목해왔다.

브라운관 시대에 맥킨토시 디자인으로 경쟁사의 진입을 막아왔던 애플이지만 평판 디스플레이 시대에서는 뚜렷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해 선발주자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디자인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자사의 트레이드 드레스(상품 외장 디자인)라고 주장해왔듯이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벗어나기 힘들어 스마트폰 소송이 TV 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세모형 TV나 원형TV를 만들지 않은 한 삼성 등 기존 TV 제조업체들의 디자인과 차별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IDEA나 레드닷 어워드, IF 등 전세계 3대 디자인상을 휩쓴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디자인 특허들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애플이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개념을 통해 IT 기술진화를 가로막았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도 특별하게 차별화하기 힘든 외관의 기본틀을 특허로 인정해 줄 경우 다른 산업에 진출해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잎사귀까지 트레이드 드레스 신청을 해놓은 애플이 TV 시장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스스로 쳐놓은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나 LG전자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는 다른 TV 제조업체들도 애플이 TV 시장에 진출할 경우 애플이 주장하는 트레이드 드레스와 관련한 특허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애플의 TV 시장 진출은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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