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참여에 기초한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머니투데이 양원태 서울시 장애인 명예부시장 2012.12.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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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인권과 참여에 기초한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지난 10월, 혼자서는 휠체어에 앉을 수도 없었던 한 중증장애여성이 화재를 피하지 못해 숨져갔다.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어린 장애남매가 화마에 희생되는 가슴 아픈 사고도 이어졌다. 활동보조인의 도움만 받을 수 있었어도,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장애인들은 분노했다. 이것이 차별과 편견,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생존조차 위협받으며 살아가는 21세기 대한민국 장애인의 현실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우리는 이념과 세대, 지역 간의 극명한 이견과 분열을 경험했다. 국민의 절반은 안정된 미래를 선택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다수는 변화와 보편복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분출했다. 새로운 대통령은 반쪽의 대통령을 넘어, 국민의 간절한 소망에 답하는 통합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보통사람들의 무너진 삶을, 빈곤과 사회안전망 부족으로 인한 절망을, 특권과 불공평 앞에서 느끼는 박탈감을 보듬고 치유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빈곤과 소외, 차별로 점철되어 온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의 삶을 돌보는 게 그 출발이다.



지금까지의 장애인복지는 시혜와 동정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되고 국내적으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들은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 인권과 자립생활, 참여를 통한 사회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펼칠 장애인정책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에 기초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인간에게 등급을 매기는 반인권적 장애등급제, 장애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도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 고용, 교육과 소득보장을 포함하는 종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장애인이 차별 없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모든 유형, 무형의 장벽들도 허물어야 한다. 새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인권에 기초한 선진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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