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해가 짧아진 탓에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당시 30대 후반의 박운영씨는 '큰 영애'의 모습을 기억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스물일곱 박근혜는 몰려든 주민들의 슬픔 속에서도 차분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당초 사저를 관리했던 사람은 박씨의 친형인 고(故) 박환영 전 청와대 관리비서관. 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을 군 시절부터 보좌해 온 최측근이었고, 대통령 가족이 청와대에서 생활했던 18년 동안에도 사저를 돌봤다. 박씨도 자연스럽게 형을 도와 대통령 가족을 돌봤고, 1960년대 중반 처음 박 후보를 만났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박 후보와 근령·지만씨가 신당동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박 전 비서관은 동생 박씨에게 "외로운 사람들이다, 최선 다해서 잘 해라"고 말했다. 박씨는 "박 후보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다. 마당과 방 청소, 설거지도 직접 했다. 화단에 박 전 대통령이 심은 향나무가 있는데, 가끔씩 쓰다듬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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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박씨는 "올해 박 전 대통령 기일(10월 26일)에는 200명도 넘게 방문했다"며 "형님은 박 후보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꼭 대통령을 할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요즘에는 실감이 난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씨가 수년 전 사저에 심은 대추나무에도 올해 처음으로 열매가 열렸다. 오랜 세월 박 후보 곁을 지켜 온 박씨는 대선을 앞두고 맺은 열매가 예사롭지 않다고 기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