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열린 기회와 따뜻한 지지의 기업문화

머니투데이 스캇 박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부문 글로벌 생산전략 및 TQM담당 중역 2012.12.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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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열린 기회와 따뜻한 지지의 기업문화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았지만 매 순간 한국인임을 잊은 적이 없다.
불과 십여 년 전의 IMF경제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였을 뿐 아니라 각종 국제경기에서도 뛰어난 성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모습 속에서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들로 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한정적인 재화의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분단의 아픔으로 떨치기 힘든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이 작은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이 기대 이상의 눈부신 성공을 가져올 수 있었던 성장 동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또 앞으로 어떠한 개선과 변화로 더 큰 성공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물론 나에게 그런 것에 대한 해답이 있다거나 또는 성공의 공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역시 비교적 오랫동안 다국적 기업 속에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느꼈던 글로벌 인재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현 상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그 속에서 개선점을 찾고 싶은 것이다.

먼저 말하고 싶은 점은 사람에 대한 선진화된 문화와 인식이다. 한국 사람들이 업무파트너로서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우며 총명하다는 것은 나의 경험 속에서 자명하게 느낄 수 있었고 함께 일했던 많은 외국인들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비해 국제 사회 속에서의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정과 성공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한정적인 재화와 기회 속에서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이러한 환경은 '한강의 기적'과 같은 단기간의 경제성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분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처음 이민을 가서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사실 해외동포들 사이에서 따뜻한 '한국의 정(情)'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마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한국의 오랜 속담처럼 말이다.

외로운 타지에서 살아남은 이민자들은 이런 나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단일민족을 외치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이민자들 사이에서 그들을 위한 지원이나 친절을 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불신과 질투, 경쟁 속에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도록 힘을 보태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대한민국 고급인력의 상당수가 한국 특유의 관행과 문화적 특성에 막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현실에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이다.


새로운 국가에서 새로운 희망과 일자리를 찾는 한국인들의 성공 또는 실패의 확률은 50%이지만 중요한 요소가 하나 추가 된다면 그 성공의 확률은 90%까지 끌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한국 사람들 사이의 적극적인 동반자적인 지지이다.

소위 말하는 '맨땅에 헤딩' 상태에서 자수성가를 하기란 점점 더 힘든 세상이 됐다. 이 때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같은 민족 또는 동료의 지지는 우리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내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성과를 창출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예전에 한 글로벌 기업에 있는 동안 나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회사 내에서 평가절하 돼 위기 속에 봉착한 한국인 부하를 둔 적이 있다. 그 부하직원이 곧 회사를 나가리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나는 그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았고, 그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의 노력과 능력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끈 절대적인 요인이었지만 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맞는 적절한 기회가 그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믿는다.

이처럼 냉정한 현실 속에서 따뜻한 관심과 지지는 역량 있는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끄는 시발점이 되어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고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이상 작은 사회 속에서 서로가 경쟁자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진정한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는 동반자적인 시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서로에게 열린 기회를 주고 따뜻한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선진화된 사고와 문화가 정착이 되는 '글로벌 대한민국'이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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