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호 "뮤지컬마니아 1세대에서 배우 꿈 이뤘죠"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2.11.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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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배우 홍광호 "'맨 오브 라만차'는 저한테 최고의 작품"

↑올해로 데뷔한지 10년된 뮤지컬 배우 홍광호. 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군사로 데뷔한 이후 '미스사이공' '지킬앤하이드' '빨래'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하며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지닌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올해로 데뷔한지 10년된 뮤지컬 배우 홍광호. 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군사로 데뷔한 이후 '미스사이공' '지킬앤하이드' '빨래'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하며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지닌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완전 행복하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뮤지컬은 저에게 정말 많은 걸 가져다 준 거 같아요."

올해로 데뷔한지 만 10년이 된 뮤지컬배우 홍광호(30). 배우로서의 지난 시간이 어땠는지 묻자 그의 입에서는 망설임도 없이 '행복'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아, 벌써 10년이 됐구나"라며 혼잣말을 한다.

올 1월부터 6월 초까지 뮤지컬 '닥터지바고'에서 주인공 유리 지바고를 연기했고, 연이어 6월 중순에 시작된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을 맡아 올해 말까지 공연한다. 전혀 다른 두 편의 대작에 출연하며 1년을 꼬박 무대에서 보낸 홍광호에게 2012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그를 만났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뭔지 자주 물어보시는데요, 사실 다른 작품에 미안해서 어떤 작품이 제일 좋다는 말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맨 오브 라만차'는 단박에 '이거'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하면 할수록 제가 힘을 얻고 치유를 받게 되는 작품 같아요."

숭고한 이상을 가지고 현실에 맞서 싸우는 돈키호테 이야기를 그린 '맨 오브 라만차'는 뮤지컬 배우라면 한번쯤 꼭 욕심을 내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05년 초연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 공연이다. 당초 10월까지 예정이던 공연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올해 말까지로 연장했다. 특히나 그는 공연 회차를 거듭할수록 노래와 연기로 극찬을 받고 있으니 힘이 날만 하다.



홍광호의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계원예고시절부터 뮤지컬에 푹 빠져서 큰 무대에 오르는 웬만한 작품은 다 찾아서 볼 정도였다. "저야말로 뮤지컬 마니아 1세대죠.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렌트, 듀엣 등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노래를 접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그 넘버들을 따라 부르며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 거죠. 그토록 좋아하는 뮤지컬을 하면서 살게 됐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꿈 많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에서 어느덧 돈키호테 할아버지의 여유가 느껴졌다. 서른 살의 소위 '요즘 젊은이'지만 배고플 때는 불고기와 찌개가 가장 생각난다는 전형적인 한국토박이다. 좋아하는 여성상은 목소리 크지 않은 현모양처 스타일. 최근 화초 가꾸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됐고 각종 차도 즐겨 마신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는 질문에 홍광호는 "언젠가 평양에 가서 북한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는 질문에 홍광호는 "언젠가 평양에 가서 북한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국화차는 잠이 잘 오고, 오미자차나 도라지차는 목에 좋고요, 요즘 양배추즙을 주문해서 먹는데 피부가 좋아진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


그는 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잠을 잘 자야 한다고 말한다. 숙면하기 위해 암막 커튼을 치고 자는가 하면, 소리에 예민해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는다. 그러다가 하루 종일 무음인 채로 두기도 한단다. 목이 안 좋다고 느끼면 하루에 4리터씩 물을 마시고, 말도 거의 안한다. 까다롭고 예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무대에서 최상의 공연을 펼치기 위함이다.

그는 "1000번을 잘 관리해도 한번 아파서 무대에 못서면 자기관리에 실패한 배우가 되는 현실"이라며 "이 정도는 큰 사랑을 받아서 행복한 한국 뮤지컬 배우가 감당해야할 작은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년, 짧지 않은 세월을 배우로 살아온 그의 꿈은 '진짜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공연은 절대로 혼자 힘으로 만들 수 없다는 걸 지난 시간동안 깨달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함께하는 배우를 감동시키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들은 무대에 함께 서보면 이 배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요. 결정적인 찬스에 개인기를 보이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 순간에 관객들이 환호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공연의 균형은 깨지잖아요. 다른 배우들은 힘이 빠지겠고요, 그래서 저는 진짜 배우들을 좋아해요. 저 역시 동료배우들에게 힘을 주는 그런 배우가 되어야겠죠."

'빛 광'에 '빛날 호'. 그의 이름처럼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순수한 열정을 가진 뮤지컬스타로 오래도록 빛을 발하는 진짜배우가 되기를 기대한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을 연기하고 있는 홍광호. 오른쪽 사진은 산초 역의 이훈진과 홍광호(오른쪽). 공연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올해 말까지 볼 수 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을 연기하고 있는 홍광호. 오른쪽 사진은 산초 역의 이훈진과 홍광호(오른쪽). 공연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올해 말까지 볼 수 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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