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3조 코스닥 대장주가 개미 무덤으로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2.11.26 19:32
글자크기

안철수 테마주 흥망성쇄의 재구성, 17대 대선 테마주도 같은 길

막바지로 치닫는 18대 대선레이스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전격 사퇴한 직후 정치판보다 증시에서 더 곡소리가 났다. 월급을 모아 안랩 주식을 꼬박꼬박 사왔는데 이럴 수 있냐는 탄식이 터져나왔고, 그 와중에 일부는 안랩의 적정주가가 얼마인지 주판알을 튀기기 바빴다.
 
"언제 안철수가 안랩 주식을 사라고 한 적 있냐"는 어느 '개미'(개인투자자)의 냉소 섞인 지적처럼 안 전후보 자신이 매수를 부추긴 건 아닌데 주식투자 게시판은 특정인을 향한 무책임한 비난이 난무한다. 5년 전 17대 대선 당시와 닮은꼴이다.

시가총액 1.3조 코스닥 대장주가 개미 무덤으로


◇보안 지킴이 안랩, 누가 테마주로 만들었나=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포기한 후 첫 거래일인 26일 안랩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하룻새 시가총액이 600억원 증발하며 코스닥 시총순위 49위로 떨어졌다. 안 후보가 정치권에 등장해 사퇴하기까지 449일 동안 안랩을 비롯한 안철수테마주의 주가는 그의 정치행보와 나란히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1년 9월2일 '청춘콘서트'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시사하면서 그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넘자 안랩 주가도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사전에 돌면서 1만원대였던 안랩 주가는 3만9800원으로 뛰어올랐고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대항마로 화려하게 부상하면서 주가는 더 탄력받았다.

곧이어 9월6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며 출마의사를 접자 조정이 왔다. 다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5만원대로 떨어졌던 안랩 주가는 안 후보가 대선의 유력주자로 부각되자 올 1월6일 16만7200원 최고점을 찍었다. 당시 시가총액이 1조3400억원에 달해 코스닥시장 순위 2위로 단숨에 올라왔다.



하지만 대선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3개월여 동안 안랩 주가는 다시 8만원대로 추락했다. "출마하겠다"는 정확한 발언이 없는 가운데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면서 출마가 기정사실화됐고 주가는 이런 추측과 해석을 따라 춤을 췄다.

아이러니한 것은 안 후보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9월19일 전부터 안랩 주가가 하락세로 꺾였다는 것이다. 9월14일 12만9300원을 기점으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중에도 안랩 주가는 맥없이 밀렸다. 안 후보의 대선후보 사퇴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던 셈이다.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었던 두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투자심리를 꺾은 측면도 있다.

◇테마주의 유혹, "각본 같은데 배우만 달라"=전문가들은 시기가 다를 뿐 정치테마주의 끝은 여타 테마주처럼 거품 빠지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17대 대선테마주의 행보를 돌아보면 결국 실적 등 숫자로 검증되지 않는 주가는 재조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안랩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032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이 실적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7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간 기싸움이 한창이던 5년 전 여의도에도 'OOO' 테마주가 판을 쳤다. 이화공영, 홈센타, 특수건설, 삼호개발 등은 '이명박테마주'로 불렸고 퍼스텍, 사조전자, 아남전자 등이 '이회창테마주'로 꼽혔다. '정동영테마주'의 대표로는 세명전기가 꼽혔다.

당시 테마주의 흐름은 18대 대선을 앞둔 현재와 흡사하다. 2007년 대선후보 등록 전 3자경쟁체제가 굳어지자 후보별 테마주가 급등하며 고점을 찍은 후 후보등록이 끝나고 여론조사를 통해 특정 후보의 승리가 유력시되자 하락세를 탔다. '이명박테마주'로 불린 한두 개 종목을 제외하면 대선 이후 주가는 모두 급락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치와 증시모두 꿈을 좇고 꿈을 먹고 자란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많다"며 "하지만 대선엔 최종 당선자라는 확실한 승자(?)가 있지만 대선테마주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주가 급등락에 따라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