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피델리티, 국내 법인영업 중단하나

더벨 신민규 기자 2012.11.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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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본부 2명으로 축소…한국 시장 철수 시각도

더벨|이 기사는 11월12일(11:17)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 내 홀세일 파트(법인영업본부) 인력을 주니어급 2명으로 축소시켰다. 사실상 관련 영업 확대를 포기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피델리티(FIL Asset Management (Korea) Limited)는 한때 6명 이상을 유지했던 홀세일 파트 인력을 지난 여름 전후로 2명으로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델리티의 기관 일임계약금액은 지난 2011년 12월 말 1조6556억 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이달 8일 기준 8844억 원까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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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피델리티가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시장에서 아예 떠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법인영업과 관련해서는 1조 원 미만의 기관 일임계약금액으로는 본부 내 인건비나 기타 비용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해 운영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피델리티가 국내 법인영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기관 일임자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외국계 운용사가 국내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대부분은 한국인 대표(CEO)를 기용해 현지 적응력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피델리티는 본사와 의사소통이 쉬운 외국인을 고집한 게 적응력을 높이지 못한 대표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피델리티는 한국 대표로 지난 2009년 데이비드 A. 프라우드 씨를 내보내고 홍콩법인 상품총괄담당자인 스튜어트 기네스를 기용했다. CEO 교체를 통한 현지 시장 적응을 노렸지만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스탠다드라이프자산운용(SLI) 아시아지역본부 출신인 마이클 리드를 새 대표에 임명해 빈번한 시행착오 모습을 노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는 통상 글로벌 정책에 따라 이른바 '마스터 펀드'라고 불리는 상품을 각 나라 기관에 판매하는데 국내 기관들은 여기에 투자하기 위한 별도의 펀드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며 "피델리티 같은 거대 운용사는 개별국가를 위한 요구를 들어주려하지 않고, 특히나 외국인 CEO는 본사 명령에 따르기 때문에 관련 영업이 확대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피델리티는 당분간 법인영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리테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관자금 유입이 멈춘 상황에서 개인고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해외펀드 판매 역시 설정액 감소세가 뚜렷해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피델리티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해외주식형 펀드 판매 설정액은 지난 2008년 말 3조9984억 원에서 8일 기준 1조5840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수치가 떨어진 상태다.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 데다 운용 5년 수익률이 -30.44%를 기록한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식형 펀드는 지난 2008년 말 6926억 원에서 이달 8일 기준 2607억 원으로 감소했다. 해외채권형 펀드 역시 2427억 원으로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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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설정액이 감소하면서 자산운용사의 주된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도 떨어지고 있다. 2009년 4분기 325억 원이었던 수수료 수익은 2010년에 29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어 2011년에도 245억 원으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급감했다. 2009년 4분기 56억 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2010년에 8억 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2011년에 6억4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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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티는 미국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한국법인으로 지난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피델리티가 외국계 대형 운용사 중에는 선도적으로 한국에 진입했고, 이후 해외펀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다른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호조세를 보였던 분위기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미치면서 반전됐다.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급감해 개인들의 펀드 환매가 이어졌고, 기관자금에 대한 영업력도 국내사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운용규모가 쪼그라들며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델리티는 한국 진출 8년 만에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운용사 수익원의 한 축인 기관 일임자금을 받을 길이 막힌 데다가 간판펀드 역할을 했던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 역시 반 토막이 난 상태라 개인고객 유치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피델리티측은 이와 관련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국내 법인영업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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