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롯데 양승호감독이 무엇을 왜 책임져야 하는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10.29 10:05
글자크기
↑ 롯데 양승호 감독 ⓒ사진제공 = OSEN↑ 롯데 양승호 감독 ⓒ사진제공 = OSEN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롯데가 SK와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3-0으로 앞설 때만 해도 롯데의 승리 분위기였다. 그 시점에서 정치 상황과 맞물려 ‘부산(釜山) 대세론(大勢論)’까지 나왔다.

1차전 승리 투수로 믿었던 SK 선발 김광현이 부진했고 롯데는 빗맞은 타구까지 적시타가 되자 운(運)이 롯데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의 저력은 무서웠다. 곧 바로 2점을 따라 붙은 뒤 결국 역전에 성공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 롯데 포수 강민호가 텅빈 2루에 송구해 추가 실점을 하는 실수도 있었다.

만약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부산 사직구장 경기 시구를 원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곤혹스러울 뻔했다. 누구를 시키고 누구는 안 시킬 것인가를 결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감한 시기에 스포츠가 정치색을 띠면 안되기에 아마도 모두 사양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희망하는 후보들 모두 동시에 시구를 시켜야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한다. 가령 시구자가 세 명이면 포수 3명을 앉혀놓고 한꺼번에 하면 된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SK에 역전패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후 ‘책임 질 일이 있으면 감독이 다 책임 지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엉뚱하게 ‘양승호 감독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한다’고 앞서 나가는 추측성 보도를 해 감독과 롯데 구단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후 양승호 감독이 롯데 구단 배재후 단장과 장병수 사장을 면담했는데 모두의 관심사는 ‘과연 롯데 구단이 양승호 감독을 계약 기간 만료인 내년 시즌까지 함께 간다’는 확인을 해줄 것이냐 였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자 ‘구단 단장과 사장이 내년 시즌에 대한 약속을 안 해주고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 시리즈에 대한 준비, 코칭스태프 보강 등을 논의하고, NC 다이노스의 지명에 대비한 보호 선수 등만을 협의했기 때문에 향후에는 감독이 바뀔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며 의문이 들었다. ‘양승호 감독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책임 질 잘못을 한 것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왜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팀 성적이 부진하면 대부분 감독만 책임을 져야 하는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올 시즌 한화 한대화 감독이 경질됐고 넥센 히어로즈의 김시진 감독도 계약 기간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옷을 벗었다. 한대화 감독은 금년이 계약 만료 시점이었는데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시즌 중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졌다. 팀당 경기 수 162게임의 반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단장과 감독들이 줄줄이 해고됐다. 흥미롭게도 6월 중 일주일 사이에 3명의 감독이 잘렸다.

시애틀 매리너스(2008년 연봉 총액 1억1,700만 달러)가 선수단 연봉 총액 1억 달러(약 1,100억원) 이상의 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100패 이상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먼저 문책을 단행했다. 30개 구단 중 전체 꼴찌였던 시애틀은 6월16일 빌 바바시 단장을 경질했다. 그리고 사흘 후 존 맥라렌 감독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단장 그리고 감독 순이었다.

6월17일에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팀인 뉴욕 메츠의 윌리 랜돌프 감독이 원정 중이던 LA 인근 애너하임의 숙소 호텔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겨우 이틀에 걸쳐 시애틀의 단장과 뉴욕 메츠의 감독이 잘리자 메이저리그의 야구 전문가들과 팬들까지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잘못이 단장(GM, General Manager)과 감독(Field Manager) 중 누가 더 큰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한국프로야구도 현재는 프런트의 권한이 강한 구단들이 생겨났다. 메이저리그 식이다. 김시진 감독을 경질한 넥센 히어로즈가 메이저리그 방식의 인터뷰를 통해 아무도 예상 못한 염경엽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메이저리그는 단장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구성, 선수단 운영, 트레이드, FA 계약 등 구단 운영 전반을 주도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팀 성적 부진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 등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2008시즌 당시 책임 소재 논란이 거세지자 볼티모어의 앤디 맥페일 구단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은 있다”고 밝혔다. 단장에게는 그 자신이 처음 임명한 감독보다는 더 오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해고를 당한 시애틀의 빌 바바시 단장도 같은 의견이었는데 “이 경우 감독 선임에 구단 경영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전임 단장 시절의 감독을 승계 받았다면 새 단장의 운영 잘못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덧붙여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하는 때는 ‘감독이 리더십 문제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운영을 하지 못했을 경우’라고 한정했다.

6월20일에는 토론토 구단이 존 기본스 감독을 해고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주일에 3명의 감독(시애틀, 뉴욕 메츠, 토론토)이 잘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 고액 스타 선수들은 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가?’라는 지적도 나왔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을까? 그 누구도 양승호 감독이 리더십에 문제가 있거나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일본에 진출한 4번 타자 이대호가 있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자유계약선수가 된 이대호를 잡지 못한 것은 양승호 감독의 잘못이 아니다.

롯데가 양승호 감독을 경질했다가 내년 시즌 플레이오프도 못 나가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염경엽 감독을 선택한 넥센 히어로즈가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을 현장으로 복귀시킨 한화 구단도 같은 선상에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