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티기념병원은 마리아수녀회가 1982년 미국 골드만삭스의 중역이었던 조지 도티의 기부금 100만 달러를 종잣돈으로 문을 연 병원이다. 이 병원은 시설 아동, 노숙인, 극빈층, 외국인 노동자 등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무료 진료를 해왔다. 그간 188만 명의 외래 환자가 그렇게 치료받았고 4만여 명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 나고 돈 난 게 맞고 사람 있고 법 있는 게 맞다. 법은 다 같이 어울려 잘살아보자고 나라가 마련한 매뉴얼일 뿐이다. 없는 이들에 대한 무료진료는 돈 없다고 소외되지 말고 다 같이 어울려 잘살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번에 도티병원에 내려진 행정지도를 보면 법만 있고 사람이 없다. 이 병원이 문 연 지 30년이다. 그 30년간 위법한 채 사회정의를 실현해왔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야 법이 집행됐다. 사양이 바뀌면 매뉴얼도 바뀌어야 할 텐데 묵은 매뉴얼이 사양을 퇴보시키는 꼴이라서 민망하다.
이 박물관은 이영근 관장(59)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집돼 제주에 동굴기지를 만들었던 부친의 비극을 후손들에게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사비를 들여 만들었다. 그리고 자금난에 말려 하필 일본의 종교단체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지난 3월 나왔다. 이 보도가 난후 이 관장은 ‘매국노’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제주도청이 문화재청에 매입을 요청했고 문화재청도 매수하겠다고 했지만 3월부터 기다려온 답변은 6개월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지난 9월30일 이 관장은 도쿄에서 매각각서에 도장을 찍었다.
여론이 다시 들끓자 문화재청이 해명했다. “7월에 감정평가를 진행해 2억7천만원(문화재적 가치 평가 제외)으로 평가되었고 10월 초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문화재청은 1차 감정평가(토지)에서 2억7480만원, 2차 감정에서 진지동굴(8억6940만원)과 수목(5975만원)등을 포함, 9억2915만원을 산정했다. 이영근관장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308호로 지정된 일본군 진지 발굴 복원에 25억 원등 총 75억 원의 사재와 부채를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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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제주자치도는 23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위원회 현안보고를 통해 이달중 전쟁역사평화박물관에 대한 문화재 가치 평가후 매입계획을 확정하고 문화재청과 함께 부분 매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했다. 그 덕에 그 개인은 파산지경에 처했다. 그리고 나라는 뒷짐 지고 방관한다. 3월에 급하다고 SOS를 쳤는데 7월에야 감정평가가 이루어졌다. 나랏돈 함부로 쓸 수 없단 신중함일 수도 있으니 마냥 타박만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은 참 구태의연하다.
대한민국에 묻고 싶다. 민망한 법집행, 구태의연한 행정처리 어떻게 좀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