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응 나선 韓銀…'저성장' 예고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진달래 기자 2012.10.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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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0.6%p 하향 조정…기준금리도 0.25%p 인하

정책대응 나선 韓銀…'저성장' 예고한 이유는?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그만큼 대외여건의 변수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유로존 위기로 시작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위축시켰고 수출길마저 가로막았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표현대로 현재의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과정'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만에 0.6%포인트나 내린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12월(3.7%)부터 시작해 올해 4월(3.5%), 7월(3%)까지 순차적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경기상황이 악화됐다면 선제적으로 정책대응에 나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KDI·IMF에 이어 한은마저 '저성장' 예고

김 총재는 11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4%에서 하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대외여건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와 3분기 우리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3.8%에서 3.2%로 낮췄다.



실제로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낮췄다. 지난달 연례협의 최종보고서에 제시한 3%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6%에서 2.5%로 낮췄다.

대다수 국내외 기관들이 2%대의 저성장을 예고한 가운데 한은마저 동참한 것이다. 여기에 한은은 한발 더 나갔다. 국내외 기관 중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KDI와 국회예산정책처, LG경제연구원 정도였다. 이들은 모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이들의 예측대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진입하는 것은 리먼사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07년 5.1%를 기록하다 이듬해 2.3%로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였다. 지난 2009년에는 0.3%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0년 6.3%로 회복세를 보이던 성장률은 지난해 3.6%를 기록했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위안이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반면 내년 하반기에는 3.7%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으로 갈수록 세계의 성장률도 완만하지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회복에 도움"

올해 유독 부진했던 수출도 내년에는 글로벌 수입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 역시 실질 구매력이 증대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면서 증가할 전망이다. IT부문과 건설부문 등의 설비투자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수는 총 43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38만명)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실업률은 지난해 기록했던 3.4%보다 낮은 3.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전망에 비해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날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인하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석달만의 추가 인하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득이 실보다 많을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 총재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수요가 침체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효과는 과거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한은의 '타이밍'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인하 결정은 적절했다"며 "다만 성장률을 한꺼번에 급하게 내릴 정도라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지난달에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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