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 그리스 국채에 베팅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2.10.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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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트' 위험↓...10년물 가격 5월 이후 2배↑

재정위기로 폐허가 된 그리스에 일부 용감무쌍한 헤지펀드들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히 투자 수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가격은 지난 5월 말 저점에서 최근까지 두 배 넘게 올라 30센트(액면가 1유로)를 웃돌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그리스가 2000억유로 규모의 민간 채무를 조정한 뒤 가장 높은 것이다.



그리스 아테네종합지수(왼쪽)-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가격 추이(액면가 1유로당 센트)<br>
그리스 아테네종합지수(왼쪽)-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가격 추이(액면가 1유로당 센트)


내년 5월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 표시 그리스 국채는 50센트를 웃돌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그리스 국채의 랠리는 상당 부분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위기 해소 노력에 따른 것으로 헤지펀드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브리엘 스턴 이그조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 그리스 국채가 미국 뉴욕을 본거지로 한 헤지펀드로 넘어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위험이 시들해진 만큼 그리스 국채 투자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올해 야후 이사회에 합류한 헤지펀드 매니저 댄 로엡이 운용하는 서드포인트도 최근 그리스 국채를 매입했다.

서드포인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3분기에 그리스의 채무조정 국채를 평균 17센트(유로 기준)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로엡은 "그리스 국채 가격에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가능성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며 "최근 그리스 방문을 통해 시장에서 간과하고 있는 몇몇 '그린슛'(green shoot·회복 조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샤히드 이크람 아비바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상황이 점점 호전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그리스의 손실이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즉각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류시키기 위한 대가를 치르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2007년 정점에서 85% 추락해 있는 그리스 증시에도 낙관론이 돌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로 속속 복귀하면서 아테네증시는 지난 6월 초 저점에서 최근까지 70% 넘게 올랐다.

FT는 그러나 그리스 국채 투자는 여전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가까운 미래에 그리스가 재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구제금융을 추가로 지원받는 방법밖에 없으며 이는 그리스 국채시장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상당수 전문가들은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채권국들이 그리스에 돈다발을 안겨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유로존은 그리스보다 더 중요한 나라가 위험에 빠지거나 그렉시트가 다른 나라로 전이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레인 보코브자 소시에테제네랄 펀드매니저는 "지금 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그리스 투자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며 "그렉시트 가능성은 줄었지만, 스페인 위기가 통제되면 위험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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