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빛나는 성적표 거둬들인 치킨가게들

한수진 창업칼럼리스트 2012.10.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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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이야기

창업시장에서 전세대를 아우르는 킬러 아이템은 사라졌다고 말한다. 소비 트렌드 주기가 1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쉽게 흥미를 잃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기호를 맞추는 일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매번 색다른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도 변하지 않는 맛과 익숙한 음식에는 언제나 같은 성원을 보내기도 한다. 외식업계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불리는 치킨, 피자, 고기, 커피, 베이커리 등은 크게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롱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해 포화상태를 빚으며 뚜렷한 경쟁력 없이는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함정도 지니고 있다. 전체적인 시장규모가 크다는 의미이지 개별 매장들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약속받는 복권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올림픽과 폭염의 영향으로 인기 상종가



올해 창업시장 상반기 결산을 놓고 봤을 때 5대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업종 중 치킨이 거둬들인 성적표가 유독 눈에 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과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새로운 조리법과 트렌드에 부합한 히트 메뉴들이 탄생하면서 양적·질적인 성장세를 이뤄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유난히 소비경기가 좋지 않았던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치킨관련 사업은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어 자영업자나 예비창업자들의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치킨시장에 힘을 불어 넣어준 데에는 사상 초유의 폭염과 올림픽의 열기가 크게 작용했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현상과 열대야에 따른 야식 주문이 늘어나면서 배달시장만큼은 성황을 이뤘다. 그 중심엔 치킨이 있다. 한 배달음식 주문서비스업체에 따르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7월24일~27일 사이 접수된 배달음식 주문량이 전주 동기대비 34% 증가했다고 한다. 이후 8월에 접어들어서도 대표적인 야식메뉴의 증가량은 거침없었다. 올림픽의 영향 때문이다.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외식업체들에게는 보너스와 같은 존재다. 올해는 영국에서 열리는 탓에 밤 동안 주요 경기가 열리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비롯한 배달음식점들이 '열대야 특수'에 '올림픽 특수'까지 거머쥔 것.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몇해 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치맥’의 인기다.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인 ‘치맥’은 하나의 메가히트 상품으로써 고유명사가 된지 오래다. 인천에서 직장에 다니는 A씨는 “퇴근 후의 즐거움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치맥을 빼놓을 수 없다”며 “치킨을 많이 즐기는 타입은 아닌데 고소하고 담백한 후라이드치킨에 차가운 맥주를 곁들인 환상적인 궁합은 금메달 감”이라고 말한다. A씨처럼 회사동료들과 치맥문화에 빠진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카페형태의 대형 매장들이 오피스 상권위주로 진출한 계기가 됐다. ‘치킨=배달’이라는 절대적 공식에서 탈피, 치킨전문점이 독립적인 외식공간으로써 인식되어지는 비율이 늘어나는 점도 상반기에 나타난 특징이다. 남녀노소, 심지어 외국인까지 반하게 만든 치맥의 가공펀치와 방학시즌까지 더해져 치킨시장은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부실 프랜차이즈 브랜드 난립·원조 베끼기 관행은 문제점

물론 치킨업계가 마냥 빛나는 결과를 얻었던 것만은 아니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제점들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자격미달의 부실 프랜차이즈 난립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거론된다.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부실 프랜차이즈들이 난립하면서 동종업종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질은 낮아지는 등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소자본 창업자를 노리는 부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오랜 연구와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잘나가는 브랜드만 좇아서 하는 관행 역시 철퇴돼야 할 부분이다. 치킨시장 전체의 수요 규모 자체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 요즘에도 자체적인 메뉴개발 대신 기존 제품을 응용한 신 메뉴들만을 내놓는데 급급한 브랜드들의 안일한 모습들이 포착되면서 메가톤급 히트상품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찬란한 여름은 끝나고 지독하게 긴 겨울시즌이 남아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성공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눈물하게 노력하여 쟁취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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