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때 어학연수 묻는데 한숨만…"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서진욱 기자 2012.09.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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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채용, 한국사회를 바꾼다]저소득층 대학생, 스펙관리 부담

"다른 친구들은 시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다녀오는데
…."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Y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A씨는 이력서를 쓸 때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험을 묻는 항목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가정형편상 대학시절 어학연수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해외연수 경험이 없다는 것이 취업에 발목을 잡는 것이다.

A씨는 "중학교만 마친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지만 월 250만원을 넘지 못하고 동생도 지금 대학생"이라며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비용은 고사하고 학비나 용돈도 지원해 주실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A씨는 대학시절을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보냈다. 과외는 물론, 당일치기 노동, 그리고 주말에는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래서 학비와 용돈을 마련,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또 A씨는 "돈도 돈이지만, 가정형편을 생각할 때 최대한 빨리 졸업해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학연수 등은 생각도 못했다"며 "그러다보니 이력서에 해외연수 경험을 쓰라고 할 때, 면접때 영어 스피킹테스트 등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가정형편에 의해 본의아니게 차별을 받는 사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해외연수가 어렵고, 또 재학중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면서 취업준비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들에게 세습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서울 모 전문대학 실용음악과 1학년 B씨는 지난 7년 동안 8개월만 빼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부모님이 가방공장을 하지만 생활비만 나오는 수준이고, 집은 전세다. 집에서 학자금은 물론 용돈마저 대줄 형편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영화관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B씨는 지금도 영화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주 5일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7시간이다. 군대는 4급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을 갈 수 있었지만 학비 마련을 위해 산업기능요원(방위산업체)을 지원했다. 2년 6개월((2008~2010년) 동안 납땜질, 포장, 검사 등 단순 업무를 하며 성과급을 포함 월 100만원을 벌었다. 그렇게 모은 2300만원을 학자금과 재입학 준비비용, 생활비 등으로 썼다. 전 학교 학자금 1000만원을 갚고 1300만원으로 1년 6개월 정도를 버텼다.

졸업 뒤 보컬트레이너가 되기를 원하는 B씨는 졸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중단할 수 없다. 또 학자금은 대출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B씨는 "보컬트레이너 준비와 학과 공부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보컬 준비와 공부는 공강시간을 쪼개서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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