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도문제 개입 "中 때문에…" 결국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2.09.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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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 했나" 미국 정부가 한중일 영유권 분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유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아시아에서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美, 독도문제 개입 "中 때문에…" 결국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중일 영토 분쟁과 관련, 리앙쿠르 암(독도) 문제나 센카쿠(중국명:댜오위다오)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며 "두 사안에 대해 우리는 대화와 협의를 촉구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간 댜오위다오 분쟁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중국 당국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 분명히 말했다"며 "조용히 대화를 통해 처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영토 분쟁에 대한 자세를 촉구한 것이다.

결국 미국 정부가 그 동안 한중일 영유권 분쟁에 대해 "당사국이 해결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 적극적인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만나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 양국에 대응을 자제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동맹국간 갈등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중일 영유권 분쟁 개입 움직임은 G2(주요 2개국)로 급성장한 중국과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이 휘발성이 큰 영토 문제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에 자제를 적극 요청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갈등이 심화되면 한미일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중일 영토 분쟁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를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계속 강화해 나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중일 영토 분쟁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 내에서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의 여파로 반일 감정이 확산되면 한중 간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한미일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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