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株' 안랩, 말단 직원들이 회삿돈을…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부 부장, 정리=이하늘 기자 2012.09.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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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김홍선 안랩대표 "기술력 바탕 경쟁력이 힘"

편집자주 몇 번을 고사한 끝에 어렵게 만들어진 인터뷰 자리였다. 자칫 한 말이 오해가 될까봐. 말이 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리 없다. 외국계 SW(소프트웨어)기업엔 20%의 유지보수를 꼬박꼬박 주면서도 국내 SW기업들에겐 한 푼도 주지 않는 현실. 그런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이들은 "국내 보안 업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창업주의 '정계 진출'이란 이슈와 맞물리면서 회사의 실적과 실력조차 '거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 김홍선 안랩 대표. 안랩은 "안랩 고유한 기업문화와 기술력 바탕의 제품경쟁력이야말로 안랩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 김홍선 안랩 대표. 안랩은 "안랩 고유한 기업문화와 기술력 바탕의 제품경쟁력이야말로 안랩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비호'속에 큰 것 아니냐, 안랩이 벤처업계에서 왕으로 군림했다, 기술력 없이 '안철수'라는 브랜드로 먹고 살았다…. 한숨이 나오고, 참 서운하다. '개콘'식으로 하자면 무대에 올라가 "제발, 이것만은 오해하지 마!"라고 소리치고 싶을 듯하다.

주가가 고공플레이를 하자 김홍선 대표는 공시의무가 없음에도 공시를 냈다. "(안랩을) 테마주가 아닌 회사의 기반과 잠재적 가치를 보고 투자하기 바랍니다."



김 대표는 참으로 다이나믹한 경험을 하고 있다. 벤처창업 후 쓴 맛을 본 후 안랩으로 합류한지 벌써 7년이다. 2006년 기술담당 임원(CTO)로 안랩에 합류, CEO까지 올랐다. 밖에서 본 안랩, 들어와서 처음 본 안랩, 리더 위치에 올라 바라본 안랩, 그리고 5년간 이끌고 있는 지금의 안랩.

"저를 포함한 안랩 역대 CEO들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습니다. 그 비용으로 한명이라도 더 R&D(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자는 의지입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과거 CEO 당시는 물론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면서도 별도 기사를 두지 않았습니다. 의장실이나 대표 방도 없습니다."(인터뷰 후 회사를 구경했는데 CEO 자리가 칸막이로 구분돼있다. 안철수 의장 자리는 CEO 자리와 가까운 곳에 '존재 의미와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글귀가 써있는 유리칸막이로 구분돼 있었다)



김 대표가 처음 안랩으로 합류할 당시 놀랐던 점을 회고한다. 직원들 스스로 비용을 통제하더라는 것이다. '회사 돈이면 좀 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일반적일 텐데, 뭔가를 기안하는 직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경비를 절감할까'라는 고민을 하더란다. 누가 지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문화가 이미 정착돼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말로만 듣던 안랩의 깨끗한 이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부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누가 뭐라고 '오해해도' 안랩이 묵묵히 국내 SW산업과 보안산업의 리더로서 흔들림없이 갈 수 있는 이유는 '안철수' 때문이 아닌,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 이같은 '안랩만의 기업문화'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 기업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다


▶ 우리에겐 '자기개발·상호존중·고객만족'의 3가지 핵심가치가 있고,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2000년도 초반, 안 의장이 CEO일 때 직원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현대 조직의 경쟁력은 각자에게 있다. 굉장히 다원화, 다양성이 중요하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개개인이 리더이다. 직원과 회사의 관계도 직원들이 자기 스스로의 발전해야 회사가 발전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나는 '셀프리더십'이라고 말한다.

두번째는 내부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팀워크를 발휘할 것인지 이다. 서로 논쟁을 하면서도 서로의 발전으로 나가는 상호존중의 정신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은 결국 고객이다. 고객만족의 관점에서 이를 위해 하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매년 1월(점프업)/8월(안랩스쿨)에 안랩은 교육을 크게 두 번한다. 특히 1월 점프업 교육에는 핵심가치가 주요 콘텐츠다. 위의 가치들이 표어에 머무르는 것은 의미없다. 업무에 녹아 드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의 보안기술이 해외에 비해 떨어진다, 안랩 역시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처진다는 비판이 있다

▶ 사실과 다르다. 기술력은 해외 국제인증 성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안랩은 이미 AV컴패러티브, AV테스트, ICSA, 체크마크, VB100 등 수많은 국제인증을 받았다. 다만 이는 주로 서양권에서 발견되는 악성코드를 샘플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서양권 국가가 다소 불리하다. 세계적인 보안업체인 트렌드마이크로는 이러한 부당함을 제기하며 VB100 테스트 보이콧을 선언키도 했다.

반대로 글로벌 보안기업들이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국내에서 발생한 악성코드의 경우 안랩은 이미 수개월 전에 잡아냈다. 한국에서 발생한 악성코드는 안랩이 가장 잘 대처한다.

- 정부 보호를 받고 안랩만 컸다는 비판도 있다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래 친구들 중 (안랩의) V3의 팬들이 있다. 90년대 초부터 백신을 사용했다. 나는 당시 유닉스(서버) 기반의 보안사업을 했기 때문에 백신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V3는 다른 상품에 비해서 제일 깨끗하게 치료를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것이야말로 V3의 경쟁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제품은 두 개 세 개의 디스켓을 넣어야 하는 반면 V3는 하나의 디스켓으로 깨끗하게 치료하는 제품력이 경쟁력이었다. 그래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1995년도에는 백신의 비투비 시장이 거의 없었으나 점차 그 시장을 개척했다. '안랩이 백신 외의 분야에서 확장하는 부분은 부족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역시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현재 안랩의 고객은 공공, 기업, 금융, SMB 등 B2B고객은 1만60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주요 공공기관의 매출비중은 더 낮은 상황이다.

'안철수株' 안랩, 말단 직원들이 회삿돈을…
- 그렇다면 안랩만의 강점,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 보안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성코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IT디바이스가 과거 PC에서 이제는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로 확대됐다. 악성코드가 과거에는 PC 바이러스에서만 활동했지만 이제 모든 디바이스가 연결됐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PC, 모바일 등 엔드포인트 장비, 네트워크장비를 방어하는 기반기술이 모두 중요하다.

안랩은 △악성코드 방지 기술 △엔드포인트 기술 △네트워크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도 몇 곳이 안 된다. 안랩은 이같은 핵심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미국 진출을 추진중인 트러스와처와 AOS(안랩 온라인 시큐리티) 등도 이 같은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 R&D(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중요할 듯하다

▶ 순수 R&D 인원이 370명정도 된다. 전체 매출의 28%를 순수 R&D에 고스란히 재투자한다. R&D를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 남의 제품 파는 것과 자사 제품을 파는 것은 다르다.

안랩은 백엔드(시스템 뒷단) 부문에 R&D를 집중한다. 백엔드에서 악성코드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악성코드를 얼마나 분석하느냐 그러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 악성코드의 지능성을 분석해서 그 데이터를 어떻게 종합하느냐가 중요하다. 안랩은 해당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R&D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 대표 취임 이후 해외진출에 역량을 많이 쏟았다. 현재까지 성과와 미래 목표는

▶ 현재 해외 매출비중은 10%도 안 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 겸허히 받아들인다. SW산업은 해당 국가의 문화와 시장에 녹아드는 SW를 만들때 승산이 있다. 지난 수년간 안랩은 꾸준히 바닥을 다졌다.

특허 역시 올해 초에 100개가 넘었다. 이 가운데 해외까지 포함해서 독보적인 기술인 것들이 포함돼있다.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이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결실이 숙숙 나오고 있으며 5년 안에 전체 매출 가운데 6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다. 조만간 미국시장에 지사를 설립해 미국 내 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 회사의 일상적 경영도 안철수 의장의 행보와 연결된다. 이름을 바꾼 것도, 안철수재단 출범도

▶ 창업 이후 사명교체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돼왔다. 특히, 사명에 '연구소'가 들어가니 해외에서는 회사로 보지 않고 기업부설 연구소로 보기도 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초기부터 해외에선 이미 '안랩'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안랩으로 사명 개정결정은 좀 됐지만 판교로 사옥 이전과 더불어 하기로 했다. 그 시점이 안 의장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리면서 오해를 받았다.

또, 안랩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사회공헌을 해왔다. 국내에 V3라이트를 무료로 제공했고 이를 해외로도 확산하고 있다. 10회째를 맞는 'V스쿨 행사'는 청소년 대상 공헌활동이다. 아름다운재단 활동에도 오랜 기간 참여하고 있다. 사내벤처 지원도 한다.

무엇보다 '2009년 7.7 디도스 공격' 당시 안랩이 우리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7·7 디도스 1차 공격 직후 안랩은 곧바로 전용백신을 공급해 이용자들의 하드디스크의 파괴를 막았다. 아울러 2, 3차 공격까지 정확히 파악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았다. 그 이후 공격이 더욱 지능화된 3·4디도스 당시에는 악성코드 배포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피해를 사전에 막았다. 해외 보안관련 단체와 기업들도 안랩의 대응능력에 경탄했을 정도다. 전국가적인 보안공격을 사전에 피해없이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활동 아니겠는가. 안철수재단과 무관하게 안랩 차원의 공헌활동은 계속된다.

- 안 의장이 회사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하지만 이사회 의장이다. 회사에서 공식, 비공식적인 역할이 있을텐데

▶ 안 원장은 매 분기 이사회에 참여한다. 이사회는 매분기 분기별 실적, 시장 예측 등 성장방향의 큰 방향을 결정한다. 다만 안원장은 실무적인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아울러 사업초기 안랩의 경영문화를 만드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문화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사명을 '안철수연구소'에서 안랩으로 변경했지만 이는 과거에도 논의가 있었다. 이때 구성원들이 기존 사명을 유지하기를 원해 무산됐다. 결국 해외진출 등을 고려해 사명을 변경했지만 과거 사명변경에 반대한 것은 안 의장에 대한 직원들의 존경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안 의장의 브이소사이어티 참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도 회원이었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 상황과 취지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과 많이 다르다. 당시 벤처기업들이 많이 뜨고 있는 시기였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벤처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사업을 물려받은 대기업 오너들은 창업이 신기했고 배우고자 했다. 벤처 역시 대기업의 시스템 인프라를 배우고 싶어했다.

그 때만해도 한국 기업에서 CEO라는 개념이 정립이 안됐다. 정기 세미나를 통해 역사 속의 CEO를 공부하고 CEO의 리더십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넘쳤다. 대기업 소속 경영인과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함께 자신들의 고민과 성과를 공유하면서 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같은 모임이 많아질 수록 기업가정신을 살리기 위한 바람직한 CEO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안랩 주가가 과하게 높다는 우려가 있다. 대표로서 주주 및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 이미 수차례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해달라'는 공시를 했다. 강제사항도 아니었다. 다만, 주주들의 피해를 우려해서다. 주주들은 회사의 기반과 잠재적 가치를 보고 투자하길 바란다.

일부 미국의 SW기업들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장가치가 매우 높다. 안랩은 지난 3년간 빠르게 성장했고 신제품도 늘고 있다. 이들이 안랩이 성장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안랩의 잠재력과 경영성과가 아닌 정치적인 테마 등에 의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 1세대 벤처선배로서 최근 벤처에 뛰어드는 후배들에게 전해줄 조언이 있다면

▶ 우리 때는 벤처라는 게 뭔지 몰랐기 때문에 우왕좌왕했다. 기술만 알았지 경영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하지만 후배들은 경영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다. 1세대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벤처는 단순하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는 혁신이 우선돼야한다. 요즘 후배들 가운데 일부는 시장흐름을 잘 읽는 대신 혁신과 기술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 페이스북이 성공한데는 서비스의 폭발적인 확장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안정화 기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또한 국내 시장에 머물기 보다는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도전이 진행된다면 더욱 큰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홍선 안랩 대표이사는

'안철수株' 안랩, 말단 직원들이 회삿돈을…
1996년 네트워크 보안기업 '시큐어소프트'를 설립한 1세대 벤처 기업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당시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에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맺었다.

안 원장이 미국 유학 중이던 2006년 안랩에 합류했으며 기술고문, 연구소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2008년부터 5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V3를 대표로 안티바이러스 분야에 집중됐던 안랩을 종합 보안 SW기업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랩의 해외진출 역시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공과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원 연구원, 미국 TSI 비즈니스 데벨롭먼트 부사장을 거쳐 1990년 귀국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1999년 벤처기업대상 산업포장, 2003년 퍼듀대학교 최고의 동문상, 2009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대통령상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수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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