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CB 및 BW의 저가발행관련 법적 책임

머니투데이 김승열 변호사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2012.09.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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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 발행에 따른 배임 등의 문제가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환사채(CB)라 함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이를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을 말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일정기간이 지나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을 일컫는다.

이 같은 특수사채는 보통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아 자금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가족들에게 이를 매도해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고, 나아가 주가 상승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변칙증여 내지 지배주주의 이익에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는 과거에 변칙적인 경영승계를 위하여 전환사채 등을 시가보다 현저히 저렴하게 지배주주의 가족들에게 발행한 사례이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발행회사의 이사에게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다소 의외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 논거는 제3자 배정방식에 따라 신주를 발행할 때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하면 배임죄가 성립하지만, 주주들에게만 배정하는 방식(주주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주주배정방식에 의한 신주발행일 경우 시가보다 낮은 저가발행이라고 해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발행회사의 이사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지만 그 당시 주주회사에게 이를 인수하지 못하게 한 행위의 경우 임무위배라고 판단, 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라고 판시해 주목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정국에서, 정치권 역시 특정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발행가액으로 발행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이 사안은 공소시효가 지나 달리 법원의 판단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 사안은 주주배정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액면가보다는 높고 시가보다는 현저히 낮은 발행가액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사례로 보인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면 발행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 등의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안의 경우 발행당시에 주주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위법성을 찾아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결국 두 가지 사안 모두 배임 등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상적인 의미의 임무위배 내지 변칙거래의 논란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간 대법원은 전환사채 등의 주주배정방식에 의한 저가발행의 경우 발행회사의 손해개념을 회계적으로만 파악함으로써 이사에 대한 배임 등의 죄책을 묻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배정 대상이 주주인지 제3자인지에 따라 회사의 손해개념이 달라지는 것으로 파악하는 판시내용 역시 다소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일방적이고, 파행적인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등 각종 의무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발전적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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