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과 함께한 20년…윤미향 정대협 대표의 '일과 인생'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2.08.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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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할머니들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위선이죠"

'경술국치'102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위치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는 수요집회에서 소리를 높여 "일본 노다 총리는 부끄러운지 알라"며 질타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대표. 그는 20년간 할머니들과 함께 하며 일본이 '꽃다운 조선소녀'들을 짓밟은 전쟁범죄에 줄기차게 사죄를 요구해 왔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은 나에게 '숙제'같은 존재"라고 했다. 정신대 문제에 뛰어든 이유도 "그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 만큼에 대한 후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29일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평화비 소녀상인 '순이'의 손을 잡은 윤미향 정대협 대표의 모습 .29일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평화비 소녀상인 '순이'의 손을 잡은 윤미향 정대협 대표의 모습 .


1992년 정대협에서 '상근실무자'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발을 디뎠다. 이후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천착한 인생을 살아왔다.



20년 간 대학교 1학년인 딸에게 거의 따뜻한 밥 한번 못해줄 정도로 가족과 '개인적 삶'을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할머니들과 함께 한 인생에 후회는 조금도 없다.

윤 대표가 할머니들을 떠난 3년이 있었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그는 쉬었다. "내가 살고 봐야 할 것 같아서, 너무나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을 이었다.

"힘든 상황에서 살아나온 할머니들이지만 평생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약자 중에 약자'로서 갖은 배신과 멸시를 경험하며 살아왔죠. 다른 사람들 뿐 아니라 나를 대할 때도 '무슨 의도냐' '우리를 팔아서 돈을 버냐'라며 의심에 찬 발언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 같은 할머니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결국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상처가 많은 할머니들의 삶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과 함께한 20년…윤미향 정대협 대표의 '일과 인생'
요즘은 할머니들이 '90%정도 칭찬을 하고 10%정도 섭섭한 말'을 해도 "내가 우리 엄마한테 '할머니들'한테 하는 거 10%만 해도 효녀"라고 받아치며 웃어 넘긴다. 신뢰가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노다 총리의 망언에 대해서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진실은 말장난에 묻히기 커녕 용수철처럼 더 튀어나오는 법이다.

윤 대표는 일본의 상식적인 시민들의 '변화'에 대해 강하게 믿고 있다. "최근에는 정대협을 지원하는 일본시민들에게 역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도 우리의 일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에게 일본이 저지른 역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위안부 문제 해결가능성이 어느 정도라 생각하냐고 우문을 던졌다. "100% 해결된다"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분명 해결됩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어요." 지난 20년간 쌓인 돌과 같은 믿음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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