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사과? 'regret' 뜻도 모른 한심한 축구협회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8.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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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박종우 독도세리머니' 日에 사과공문 보내고 문제되자 해명 급급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박종우가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박종우가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조중연)가 런던올림픽 축구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완파하고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한 후 국가대표 박종우가 펼친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에 대해 설명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로서는 승리한 한국이 패한 일본축구협회를 배려해 정중하게 공문을 보내 대 일본 스포츠 외교를 펼친다고 노력한 것인데 그 행위가 엄청난 파장과 결과를 몰고 왔다.



안타까운 것은 일본축구협회를 믿었다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협회장 명의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해 ‘유감스럽다(regret)’는 표현을 써 일본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일본축구협회는 이를 우리 대한축구협회가 사과한 것처럼 일본 언론에 흘렸고 일본 매스컴은 ‘좋은 건이 생겼다’며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축구협회가 공식 사과했다’라고 떠들었다.



아마도 대한축구협회는 설마 이런 양국 기구 간의 공문에 대해 일본 축구협회가 언론에 노출 시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축구협회의 입장에서는 한일전에서 패해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변명할 거리도 없었던 차에 0-2 완패의 치욕을 희석 시킬 호재를 대한축구협회에서 제공해준 것이 됐다.

이제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이 정치적 의미도 없고 ‘우리 땅이 맞는데 왜 일본에 그 세리머니에 대해 마치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공문을 보냈느냐’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협회는 간단하게 핵심 용어로 요약하면 박종우의 세리머니에 대해 ‘리그렛(regret)’이라고 표현했지 사과(apologize)라고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그렛(regret)이라는 표현이 통상적인 외교적 용어로 ‘안타깝다’ 정도의 의미라고 대한축구협회는 설명했다.

물론 대한축구협회는 사과(apologize)는 하지 않았다. 잘못한 것이 없기에 사과할 이유도 없었다.

◇ 대한축구협회에 영어 공문조차 제대로 작성할 인재가 없나

그런데 영어 표현의 함정에 빠졌다. 어쩌면 국제 외교와 관련해 공문 작성 등의 전문가가 협회에 없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리그렛(regret)’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설명이 ‘후회한다’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정중히 격식을 차리는 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다’라고 돼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두번째를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독도 세리머니로 해서 혼란이 일어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해’ 그런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여진다.

다시 단어의 뜻으로 돌아가보자. 첫번째로 쉽게 생각하면 ‘리그렛(regret)은 ‘후회한다’이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은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후회한다’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후회한다’는 표현은 더 깊게 들어가면 ‘잘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으로 귀책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도 된다.

일본축구협회 측은 자신들이 유리하게 대한축구협회가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해 자국 언론에 홍보한 것이다.

일본축구협회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신들이 이용한 것 때문에 궁지에 몰린 대한축구협회를 지원(?)하고 나섰다.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한국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 뜻을 착각했다고? ...한국 축구사에 기록돼 남겨질 수치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리그렛(regret)’의 뜻을 착각해 보낸 공문은 한국 축구사에 기록됐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우리 국민들은 결코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이제라도 협회가 공개적으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축구가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는 등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드민턴에서 져주기로 한국 스포츠의 위신이 추락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를 제명하고 4명의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2년간 국내외 대회 출전 금지 중징계를 내렸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그 다음에 대한축구협회는 반드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주체로써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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