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남광토건 BW채권…투자자 수백명 피해 불가피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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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35위, 아파트 브랜드 '하우스토리'로 알려진 남광토건 법정관리 신청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009년 남광토건 BW에 투자했던 투자자 수백여 명이 최대 480억원의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남광토건은 지난 2009년 10월 만기 3년 BW 1000억원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520억원(5월 말 기준)은 올 초 유상증자 때 주식으로 전환됐지만 480억원은 주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최소 수백여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BW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쉽게 말해 신주인수권과 회사채가 결합된 것으로 회사채 형식으로 발행되지만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다.

남광토건 BW의 경우 2009년 10월에 표면금리 6%에, 만기이율 8.5%, 3년 만기로 발행됐다. 행사가액은 현재 4만7350원 수준이다.



문제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주식전환을 미뤄왔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현 주가보다 행사가액이 낮아야 주식전환을 신청한다. 하지만 남광토건의 경우 주가(2320원)가 행사가액(4만7350원)보다 낮아 그 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전환을 미뤄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라면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한 투자자가 많게는 1000명에 이를 것"이라며 "지금 와서 주식 전환을 한다고 해도 주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이들 채권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피해도 불가피 할 예정이다. 남광토건에 따르면 50여개의 협력업체가 622억원 규모 상거래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들 협력업체는 풍림·우림·벽산건설 법정관리로 이미 유동성에 타격을 받은 터라 건설업계 안팎에선 협력업체의 2차 연쇄부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가게 되면 금융채무뿐 아니라 상거래 채무도 동결돼 당분간은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며 "연이은 건설업계 도산으로 유동성이 경색된 주요 협력업체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남광토건 분양 계약자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현재 남광토건이 분양보증에 가입한 사업장은 없다. 분양보증에 가입하지 않고는 분양을 진행하지 못하는 국내 주택공급 시스템을 감안하면 최근 남광토건이 주택사업을 하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남광토건은 지난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관급공사나 단순 도급공사만을 진행해 왔다"며 "지난 달 입주를 시작한 '별내 하우스토리'의 경우는 하자보증에 가입돼 있어 혹시 하자 문제가 있으면 주택보증이 대신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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