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깡통신도시'..입주민 뿔났다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8.03 06:00
글자크기

GTX·인천 제3연육교·경기도청 이전 무산위기..광교·영종신도시 집값 최고 1억 폭락

대심도급행철도(GTX), 인천 제3연륙교, 경기도청 이전 등 굵직굵직한 인프라 공약들이 무산위기에 처하면서 해당 인프라가 들어설 신도시가 '깡통신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신도시 개발의 전제조건이던 인프라 공약이 무산되자 집값 하락에 입주지연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 공약을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사업시행자와 지자체를 상대로 집단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 남발됐던 개발계획의 부작용이 이제야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알맹이 빠진 '깡통신도시'..입주민 뿔났다


◇ 수도권 신도시 핵심 인프라 사업 잇따라 좌초
31일 부동산업계와 국토해양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청 이전(광교신도시) △인천 제3연륙교(영종하늘도시, 청라국제도시) △GTX 개통(동탄1·2신도시 등) 등 수도권 신도시 인프라 공약들이 잇따라 중단·지연됐다.



경기도청 이전사업은 지난 4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보류키로 결정, 잠정 중단됐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경기도청을 광교신도시로 이전하는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발표돼 2011년 신청사 설계용역까지 진행된 상태다. 광교신도시 입주민은 이에 반발, 경기도지사를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인천 제3연륙교는 영종하늘도시와 인천국제도시 청라지구를 잇는 길이 4.85㎞ 교량으로 건설비 5000억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도시 개발 수익으로 확보한 상태. 하지만 국토부와 인천시가 기존 민자사업인 영종대교(제1연륙교)와 인천대교(제2연륙교)의 통행수입 보전을 골자로 한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착공이 지연돼왔다. 현재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연합회는 제3연륙교가 개통되지 않으면 입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가 2009년 제안한 GTX(대심도급행철도)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성 미비 등의 문제로 지연됐다. 당초 2011년 착공, 2016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아직까지도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직격탄 맞은 집값…입주민 입주 거부에 경기도지사·LH상대 소송까지
신도시 핵심 인프라가 좌초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역시 집값이다. 광교신도시의 경우 인프라계획 보류 발표 이후 3개월 새 분양권(광교e편한세상) 가격이 최고 1억원 가까이 폭락했고, 영종하늘도시 분양권도 분양가 대비 평균 20∼30% 하락했다.

이처럼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자 입주민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아파트 시행·시공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지 소송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장과 LH를 상대로까지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광교신도시 입주민으로 구성된 '경기도청 광교신도시 이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6일 경기도지사를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경기도천 이전 보류에 따른 재산상 피해를 묻겠다는 것이다.

김재기 비대위원장은 "지금도 광교신도시 홈페이지에는 '행정타운'구상이 그대로 명시돼 있다"며 "행정타운 자체가 무산돼 버리면 광교신도시는 생산능력이 없는 유령 신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은 "경기도 재정의 60%를 차지하는 주택거래세가 경기 침체로 급격히 감소했다"며 "경기도의 재정상황이 호전되면 재추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 재추진의 예상 시기와 조건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8월 입주를 앞둔 영종하늘도시 입주민연합회 역시 입주거부와 LH소송 검토 등으로 인프라 사업 정상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여남구 연합회 집행위원장은 "제3연륙교를 건설한다며 분양 당시 5000억원을 분양가에서 징수하고서도 입주 한 달 전까지 착공도 하지 않은 만큼 LH를 사기분양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며 "이 사안은 건설비용이 이미 확보됐다는 점에서 부동산경기침체와는 무관하며 국토부· LH가 분양 후 말을 바꾼 게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인천대교와 영종대교의 통행량과 경제성을 감안할 때 추가 교량 건설은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기존 교량에 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인천시가 100% 책임지면 인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충분한 검증과 논의 후 개발 계획 발표했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은 일정 부분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한다. 인프라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선언적으로 발표된 인프라 사업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송원 인천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일본의 경우만 봐도 개발 사업을 할 때 20년 가까이 검토를 하면서 실현가능성이 검증 되면 그때 발표 한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시간에 선심성 공약으로 발표한 게 대다수라 수분양자가 피해를 입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인프라 사업 계획 발표 시 보다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 실명제나 실행 기간 명시의무 등을 시행해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