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스페인, 국가도산 임박했나

머니투데이 김국헌 기자 2012.07.25 17:24
글자크기

단기물인 2년만기 국채 금리마저 7%선 진입..5년·10년물은 7% 후반

스페인이 국가 부도사태에 내몰리고 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닷새 전 위험수준인 7%를 돌파한데 이어 사흘 전에는 3년물이 7%를 넘어섰다. 급기야 올해 초 2%대에 머물렀던 2년물마저 사상 처음으로 7%를 돌파해, 시장은 이미 스페인의 파국을 반영하는 분위기이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국채시장에서 중·장기물인 5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각각 사상 최고인 7% 후반대로 치솟은 가운데 단기물인 2년만기 국채금리가 오전 한 때 7.067%까지 치솟으며, 유로존 출범 이후 처음으로 7%선을 돌파했다.



스페인 2년물 국채금리는 유로존 위기 이전만 해도 1%대에 머물렀고, 올해 초에도 2% 중반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은행권 위기가 불거지면서 5월에 4%대로 올라섰고, 이번 주 지방정부의 줄도산 공포로 6%선을 뚫은 지 불과 나흘만인 이날 장중 7%선마저 돌파했다.

특히 전날 한 때 5년물 국채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0년물을 웃돈데 이어, 이날도 장중 5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됐다.



일반적으로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단기 국채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5년물이 10년물 금리를 추월하고, 2년물 금리가 폭등하고 있는 스페인의 현 상황은 전형적인 부도 징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스페인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다급한 스페인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유로존 1위 경제국 독일에 재무장관을 급파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원론적'인 덕담 몇 마디만 들어야 했다.

스페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만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하지만, ECB 최대 출자국 독일이나, 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ECB의 시장 개입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24일 독일 베를린으로 날아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면담했다. 쇼이블레 장관이 다음날부터 3주간의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 스페인 재무장관이 서둘러 독일을 찾은 것이다.

두 장관의 대화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급박한 스페인 사태의 급박함을 고려할 때 스페인이 ECB의 시장 개입 등 모종의 지원방안을 요청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두 사람 회동 직후 발표된 공동 성명서는 실망스러웠다.

두 장관은 성명서에서 "국채시장의 현재 금리 수준은 스페인 경제의 펀더멘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수사만 금융시장에 남겼다. 그러면서 이들은 스페인 은행권 구제금융과 유로존 금융동맹(banking union)이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무의미한 발표였다.

귄도스 장관은 빈 손으로 프랑스 파리로 가, 25일(현지시간)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편에 서있지만, 실마리는 독일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방문이다.

유로존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에 이어 24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무디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도 유로존 17개국 정부가 서둘러 준비해야만 하는데도, 스페인을 살리기 위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프리덴 장관은 "우리가 처한 이처럼 힘든 시기에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매일 상황을 보고 행동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며 "스페인과 그리스의 경우에 빨리 행동할 수 있도록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고, 현재와 같은 여름철에 이것이 특히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유로존 안팎에선 ECB가 나서야만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유럽이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만 한다며 "가장 크게는 ECB"이고 "거기엔 바주카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지방재정난은 갈수록 악화돼, 주(州) 정부들이 줄줄이 손을 들었다. 스페인 최대 지방 경제인 카탈루냐는 이날 중앙 정부 지원을 요청할지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고, 스페인에서 2번째로 부채 부담이 큰 발렌시아는 이미 신청하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독일 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지가 좁아져, 독일이 재정위기국에게 양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주 독일 연방 하원은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지만,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표가 나와 반대 여론이 점차 세를 얻고 있단 점을 확인시켜줬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 내에서 그리스 추가 지원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ECB 입장에서도 스페인이 보다 강력한 긴축계획을 밝히면 모를까 개별국가 지원에 명분이 없다는 반응이다.

스페인 위기가 고조되면서 24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애플의 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과 4분기(7~9월) 실적전망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아 아시아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