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멸종을 야기하는 원인은 환경의 변화다. 기후의 변화와 같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가 있는가 하면, 약탈자의 능력이 강해지거나 먹이로 삼던 종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경쟁 환경의 변화도 있다.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의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성공적인 변이를 통해 진하하지 못한 종은 결국 멸종되고 만다.
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 생물의 진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기업과 생물의 흥망성쇠가 가지는 유사성에 주목한다. 미국에서는 기존의 기업 중에서 매년 10%가 사라진다고 한다. 불과 100년 전에 포춘 100대 기업에 들었을 정도로 번성하던 기업 중에서도 지금까지 살아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세상을 다 집어삼킬 듯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이 몰락하고 이름도 없던 존재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다.
기업은 기술과 경쟁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그런 기업이 우연에 생존을 맡기는 생물에 비해 조금도 나을 게 없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데도 운에 맡기는 것과 결과가 다르지 않다면 어떻게 충격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학자들은 기업이 직면하는 환경의 변화 속도와 예측가능성의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기업이 직면하는 환경의 변화는 생물이 직면하는 것에 비해 그 속도가 엄청나다. 빙하기의 도래는 수천만 년에 걸쳐 진행된다. 그러나 기업이 직면하는 기술의 변화는 십 년도 긴 시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다. 기업들이 나름대로 변화를 예측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그 정확도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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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경쟁자들을 포함해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운에 맡기지만 기업은 경쟁자를 포함해 모두가 서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내가 하루 밤을 새우면 나를 침몰시키려는 경쟁자는 이틀 밤을 새운다. 무한 경쟁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남들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는 당연한 것이고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기업을 흔들고 있다. 우리 기업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정신을 집중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몰락의 운명을 피하기 쉽지 않은 경쟁 환경에서 판단력이 흐려진 기업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