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복지논쟁, 한국과 뭐가 다를까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6.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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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대선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오바마케어의 위헌 여부가 오는 28일 결정된다. 오바마케어는 2010년 공화당의 지지 없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건강보험 개혁법으로 오는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오바마케어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보험회사들은 기존의 건강상태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의 건강보험 가입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26개 주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3월말 오바마케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했고 이번주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오바마케어의 위헌 여부와 관련해 핵심 쟁점은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가입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오바마케어 반대론자들은 건강보험을 강제하는 이 조항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상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을 자유는 각 개인에게 있는 것이지 정부가 어떤 상품의 구매를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오바마케어 지지자들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맞서고 있다. 건강은 자동차나 TV 같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인권이며 인권인만큼 정부가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건강보험의 가입을 강제하는 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 수급 조건은 되지 않지만 값비싼 민간 건강보험을 가입하기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 보조금도 지급한다.


이 때문에 오바마케어가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미국 정부의 재정으로 1조50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적자 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으로선 이 같은 재정 부담도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요인이다.

한국에선 당연하게 여겨지는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 미국에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인으로 비판 받는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자유에 대한 독특한 미국적 사고방식은 '근로권(Right to work)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근로권법은 근로자를 채용하기 전이든 후든 근로자에게 노조 가입과 노조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는 법을 말한다.

근로권법은 1947년 태프트-하틀리법(노사관계법)이 제정되면서 미국 23개주가 주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태프트-하틀리법은 노조원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과 채용된 후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노조원으로 가입해야만 하는 유니온숍(Union Shop)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각 주에 부여하고 있다.

근로권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각 개인은 노조 가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근로권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노조 가입의 자유가 근로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킨다고 반박한다.

오바마케어는 건강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의료 혜택의 사각 지대에 처한 저소득층의 인권을 고려, 보편적 복지를 추구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근로권법은 근로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인지, 근로자의 권리 보호 장치를 강제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오바마케어나 근로권법이나 본질적으로는 자유를 우선할 것이냐, 자유를 일부 침해하더라도 인간 혹은 근로자로서의 권한 보장을 우선할 것이냐의 문제다.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 수준은 미국을 훨씬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이뤄지는 복지에 대한 논의 수준은 정부의 재정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오바마케어와 근로권법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한국 사회에선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개인의 자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복지의 문제를 돈의 문제로만 국한시켜 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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