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살아남은 저축은행 직원들의 한숨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12.06.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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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축은행중앙회의 이사회가 열렸다.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사회에서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줄이는 것으로 의결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여파다.

가장 많은 회비를 내던 대형 저축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그나마 직원들의 급여는 동결된 것이 위안이었다. 저축은행들의 얼굴 격인 저축은행중앙회의 현주소다.



이른바 '살아남은' 저축은행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쏟아지는 규제와 고객들의 불신으로 생존을 걱정해 하는 처지다. 예금 금리도 잇따라 떨어지는 추세다. 서민 금융기관으로서 매력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최근 만난 한 저축은행 직원은 "저축은행에서 근무한다는 이야기 꺼내기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 탓이다. 실제로 영업정지를 당한 일부 저축은행 오너들의 비도덕적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도 도매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억울하지만 여론을 바꾸기 쉽지 않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의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사기는 더욱 바닥이다. 예전처럼 상호금융금고라는 이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저축은행의 외형에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명칭 변경이 이뤄질 경우 고객들의 불신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사이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한 보고서에서 "모든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으로만 축소하는 경우 대부업과 제1금융 사이의 중간신용기능이 위축될 있다"며 "진행중인 저축은행 경영정상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해법은 저축은행 이원화 방안이다. 건전성을 갖춘 저축은행에게는 지방은행 전환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저축은행은 신용금고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물론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자구책 마련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지적이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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