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왜 비옷 입고 골프치고 등산합니까?"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2.05.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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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티이앤이 '파인텍스' 뭐길래…美 GE·모간스탠리·폴라텍 '러브콜'

"고어텍스는 4000m 이상 고지나 극한 환경에서 비바람을 막기에 매우 좋은 소재입니다. 유행도 좋지만 이런 '비옷'을 입고 골프를 치고 등산하는 건 기술적으로 '난센스'(nonsense)입니다."

"고어텍스? 왜 비옷 입고 골프치고 등산합니까?"


노스페이스, 아이더, 밀레, 잭울프스킨 등 전세계 20여개 '아웃도어' 의류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섬유원단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코스닥 상장사 에프티이앤이 (253원 ▲2 +0.8%)의 '파인텍스' 멤브레인을 채택한 '폴라텍' 제품이다.



여전히 고어텍스, 하이포라, 도레이 등의 원단이 많이 쓰이지만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에는 폴라텍이 들어간다.

나노멤브레인 소재업체 에프티이앤이의 박종철 대표이사(사진)는 이를 '기능성의류가 본연의 가치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비는 막고 땀은 배출하는 아웃도어의류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소재가 채택되고 있다는 의미다.



◇GE, 모간스탠리, 폴라텍 3개사의 '러브콜'=에프티이앤이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코스닥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투자한 곳이다. 2007년에는 모간스탠리 등에서 약 73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0년 10월 GE캐피탈이 1000만달러를 CB(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했다.

에프티이앤이는 전기방사를 통해 나노섬유를 대량 생산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1 정도의 초극세섬유인 나노멤브레인을 활용해 의류, 가스터빈 필터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모간스탠리와 GE가 투자한 것도 '필터'나 '멤브레인' 기술경쟁력 덕분이다.

고어텍스와 '섬유 라이벌'인 미국 폴라텍은 4년 전 에프티이앤이를 '찜'했다. 7년간 아웃도어 나노섬유 독점계약을 하고 파인텍스를 활용한 의류원단을 만들어 노스페이스 등 전세계 20여개 의류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상업화와 수익은 '먼 길'이었다. 2006년 상장 에너지업체 이앤이시스템과 나노사업체 파인텍스가 우회상장한 에프티이앤이는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6년 만에 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순익 10억4200만원으로 7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IB(투자은행)가 투자한 '나노사업'의 매출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나노섬유부문의 매출은 약 25%. 태양광모듈과 축랭식 냉방시스템사업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최대주주인 박종철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 회사 내 분쟁 등 악재도 겹쳤다.

하지만 에프티이앤이는 지난 정기주총을 계기로 내홍을 정리했다. 나노섬유, 가스터빈 등의 사업도 전세계 여러 글로벌업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 나노섬유 매출비중은 50%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어텍스? 왜 비옷 입고 골프치고 등산합니까?"
◇"글로벌 필터 점유율 60% 목표"=에프티이앤이는 나노섬유의 기술력이 오랜 검증을 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492억원, 영업이익은 50% 늘어난 33억원. 회사 측은 GE 등 글로벌 업체들과 앞으로 3년간 2000만㎡의 멤브레인 공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매출 3400만달러가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전세계 필터시장의 60%까지 점유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테스트를 통과한 필터는 사실상 에프티이앤이 '파인텍스' 소재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부터 유럽의 필터성능 테스트에서 '정전기 영향'을 제외한 EN-779·1822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하고 미국 2014년부터 이 기준을 도입하는데 현재로선 에프티이앤이의 나노섬유 제품이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에프티이앤이는 기능성섬유부문에서 폴라텍을 통해 연간 800만달러 이상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미군 납품도 최종검증 단계를 밟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와 공동으로 수분을 차단하고 공기는 통과시키는 '자동차 램프용 멤브레인' 국산화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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