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그리스…안전자산 랠리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2.05.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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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의 글로벌 본드워치]내달 그리스 총선까지 美·獨 국채 수요 견고할 듯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가 불확실해지며 미 국채와 분트(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 쏠림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들 국채의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서 '수익'보다는 '안전'이 최고라는 인식이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5일(현지시간) 장 중 1.747%까지 하락하며 역대 저점인 1.672%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역대 저점인 1.35%까지 하락했으며 30년 금리도 사상 가장 낮은 1.91%로 밀렸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제로에 가까운 0.026%까지 떨어졌다.



미국,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다른 유로존 국채도 랠리를 지속했다. 프랑스 10년 물 금리가 5월 중순 이후 50bp 가량 하락하며 지난 주 역대 저점 부근에 닿았고, 오스트리아 국채 금리도 계속해서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최고등급인 트리플A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한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10년 만기 국채도 이번 달 역대 저점을 기록했다.



지난 주 국채 입찰에서도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이 나타났다. 23일 독일 국채 입찰에서는 2년 만기 국채가 ‘제로’ 금리에 발행됐다.

미 5년, 7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도 입찰 금리가 사상 최저를 나타냈다. 23일에는 5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350억 달러가 사상 저점인 0.748%에 매각됐으며 다음 날 있었던 7년 물 입찰에서는 국채 290억 달러가 이전과 유사한 응찰률로 사상 최저 수익률인 1.203%에 낙찰됐다.

반면 지난 주 정크본드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유출된 자금은 사상 4번째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주(~23일) 고수익고위험 채권, 이른바 정크본드 펀드 순유출액이 2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2년 후 4번째로 많은 유출액이자 지난해 8월 후 최대다. 펀드 유출액은 전주 6억8900만달러에서 급격히 불어났다.

데이비드 코드 윌리암스캐피탈그룹 채권 트레이딩 대표는 "유럽을 둘러싼 공포와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모든 걸 좌우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 높은 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미 국채 인기로 이번 달 미 국채는 평균 2.5%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가 5.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안전자산 랠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추적인 사건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며 이와 관련한 가장 가시적인 이벤트는 다음 달 열리는 그리스 재선거다.

마크 오스왈드 모뉴먼트증권 투자전략가는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25~40%bp 추가 하락 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롭 로비스 ING 투자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리스 총선이 열리는 내달 17일을 앞두고 독일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있어 중추적인 사건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그리스 총선 전까지 10bp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유로존 비핵심국의 국채 매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흐름이다. 유로존 위기가 부각됐던 지난해 말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간 금리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며 스프래드가 확산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웨스트LB의 세르칸 에라슬란 채권 투자전략가는 "안전자산 쏠림이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국채에서 프랑스, 오스트리아 국채로 확산될 것"이라며 "독일 국채 금리가 워낙 낮아 금리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가능성이 위기 전염 위험을 상쇄하며 다른 유로존 국채 수요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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