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삼성 이재용사장과 한화 박찬호의 차이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5.26 10:05
글자크기
‘삼성 이재용 사장과 박찬호는 무엇이 다른가’라고 주제를 정해 놓고 보니 필자가 생각해도 차이가 있다. 이재용이라는 이름에는 ‘사장’이라는 직함이 붙어 있다. 박찬호는 그냥 박찬호라고 썼다. 신문에도 이재용 사장이라고 나오지만 박찬호 선수라고 하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의 경우 언론에서 쓸 때 ‘씨’를 붙이지 않는다. 그냥 박찬호, 조용필이다. 신문과 방송도 다르다. 야구 경기를 중계할 때 방송 아나운서나 해설자는 ‘박찬호 선수’라고 한다.



신문과 달리 선수라는 신분을 함께 쓴다. 신문에서는 감독이나 코치를 선동열 감독, 혹은 정민태 코치라고 호칭한다. 그러나 선수는 그냥 이승엽이다.

서구(西歐)의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박찬호가 처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감독이 토미 라소다(Tommy Lasorda)였다. 박찬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을 ‘토미(실제 발음은 타미에 가까움)’라고 부르게 됐다.



그들은 가까우면 사석에서 이름으로 말한다. 가령 선동열 감독에게 ‘동열’하는 식이다. 화제가 됐던 것은 ‘듀드(dude)’라는 표현이었다. 사전을 찾아 보면 ‘놈, 녀석’이라고 돼 있다.

박찬호는 주변의 비슷한 또래들이 흔히 ‘헤이 듀드(Hey, dude)’ 하는 것을 듣고 라소다 감독에게 ‘친근감을 전하고자 ‘헤이 듀드’했다가 어처구니 없어 하는 반응에 당황했다. 아무리 친해도 무려 46년의 나이 차이에서는 결코 쓸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글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말았다. 언젠가는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의 프로야구 관련 사진 보도에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두산 박용만 회장, 두산 베어스 박정원 구단주 등 그룹 최고위층의 야구장 방문이 이어졌다. 이재용 사장은 지난 11일 아들을 데리고 잠실 구장을 찾은 데 이어 20일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가족과 함께 삼성-넥센전이 열린 목동구장을 방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많은 언론에 사진이 게재됐다. 그런데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의 ‘아들’들의 모습은 가려져 있거나 모자이크 처리돼 분명하게 나오지 않았다.

미성년자의 초상권 때문이다. 공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등 친권자의 허락이나 동의가 없으면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모 사진부 부장에게 그 경위를 물어보니 ‘아들에 대해서는 모습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협조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부탁이 없었다면 공개해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어렵다. 순수한 보도의 목적이라고 해도 헌법에서 인격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비교를 해보자. 한화 박찬호의 부인 박리혜씨가 지난 4월29일 두 딸과 함께 청주구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때는 박찬호의 어린 두 딸의 모습이 언론에 그대로 공개됐다. 사전에 박리혜씨에게 허락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박찬호의 경우도 아이들의 얼굴은 가려달라는 요청을 했어야 하는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나 신분제도의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무엇인가 보이지 않게 차이 혹은 차별이 있는 것 아닌가 의문이 생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킬 힘이 없다. 유명인의 자식들은 더욱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보호해줘야 한다.

사진 설명.
삼성 이재용 사장과 여동생 이부진 사장이 목동구장을 찾아 삼성-넥센전을 관전하고 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아들의 모습은 모자이크로 가려주는 배려를 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딸들은 그러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