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에 '마이바흐', 한화 "회장님 때문에…"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2.05.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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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화이글스 16일 잠실 경기 응원한 김승연 회장

지난 16일 삼성이 주최하는 토크콘서트 '열정락서'가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려 취재차 갔습니다. 마침 집이 근처라 집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밤 9시 30분 무렵 열정락서가 끝나 제 애마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잠실야구장을 지나오게 됐습니다.

중앙문 앞 에쿠스 행렬 중 유독 눈에 띄는 길다란 차. 한눈에도 '아무나 타는 차는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어 트위터에 사진을 올려 물었더니 마이바흐라고 알려줬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로 타는 차로 유명한 차인데 잠실야구장 앞에 세워져 있던 그 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이날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것입니다.



한화이글스가 두산베어스에 역전승을 거두고 경기가 끝날 즈음 마이바흐가 움직였습니다. 김승연 회장을 태우기 위해 이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먼 발치에 한화이글스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온 김승연 회장이 보였습니다. 김 회장은 선수들에게 손을 번쩍 들어 보이더니 이내 마이바흐에 탔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마이바흐 차량이 16일 한화이글스 잠실 경기가 끝난 후 김승연 회장을 태우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마이바흐 차량이 16일 한화이글스 잠실 경기가 끝난 후 김승연 회장을 태우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그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면서 저도 인파 속에 천천히 움직이는 마이바흐를 훌쩍 쫓아갔습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말입니다.



차창이 열려있고 창틀에 팔이 걸쳐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자전거 페달을 빠르게 밟아 마이바흐 옆으로 갔습니다. 마이바흐 뒷자리에 타고 있던 김승연 회장에게 "머니투데이 김태은입니다"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한 팔을 창에 걸치고 그 위에 또 다른 팔을 얹는 듯한 자세로 저를 '스윽' 쳐다보던 김 회장에게 "오늘 경기 이겨서 기분 좋으시겠어요?"

너무나 뻔한 대답이 예상되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창틀에 얹었던 한 팔을 치켜들며 "우승까지 가야지"라고 들뜬 듯 말했습니다. 최근 한화이글스 성적을 위안삼고 있던 LG트윈스 팬으로서 울컥할 만한 대답이었지만 그만큼 김 회장은 오늘 승리에 고무된 듯 했습니다.

이전에도 야구 경기장을 찾을 거란 얘기가 간간이 있었기에 "경기장을 직접 찾으신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날카로운 추궁(?)을 시작했습니다.

김 회장님 왈 "이기라고……."

한화이글스 승리에 그토록 목말랐다는 것으로 이해되면서도 회장이 응원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단순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대답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김승연 회장의 직설 화법이 익히 알려졌기에 웃으며 "직원 분들이 참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실제 잠실벌에서 펼쳐진 주황색 모자와 티셔츠 물결이 보기 좋았습니다. 두산베어스 팬들이 좀 마음쓰리겠지만, 동료애와 소속감, 회사에 대해 무언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을 갖는다는 것은 직장인들 누구나 바라는 로망이니까요.

김 회장은 이제껏 싱긋, 빙긋 웃던 표정에서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7000명을 데리고 왔어…."

사전에 알려졌던 5000명보다 더 많은 숫자여서 조금 놀라기도 하고 이 많은 숫자의 직원들을 야구장으로 데리고 와서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이 들자 김 회장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그 마음만은 진심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기는 게 중요하지"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낸 김 회장, 저에게 명함 하나 달라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타고 옆에서 알짱거리는 기자가 황당했는 듯.

자전거 바구니 속에 처박힌 가방속의 명함지갑을 찾으려 했는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두 발로 자전거 지탱하면서 노트북 들어있는 가방 뒤지는 게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아, 명함 같은 건 준비했다가 팍팍 줘야지"라는 김회장의 '쫑크'가 이어집니다.

"예전에 드렸어요"라며 김회장의 마이바흐를 자전거 위에서 배웅했습니다.

저만치 멀어지는 마이바흐 뒷꽁무니를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외치는 소리. "회장님 때문에 이긴 거 같아요!!!!"

오늘 만은 한화이글스 팬들에게,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에게 김승연 회장은 승리의 요정처럼 보였을 겁니다. 잠실야구장에 마이바흐가 나타나면 또다시 한화이글스의 승리를 기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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