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문 앞 에쿠스 행렬 중 유독 눈에 띄는 길다란 차. 한눈에도 '아무나 타는 차는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어 트위터에 사진을 올려 물었더니 마이바흐라고 알려줬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로 타는 차로 유명한 차인데 잠실야구장 앞에 세워져 있던 그 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이날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것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마이바흐 차량이 16일 한화이글스 잠실 경기가 끝난 후 김승연 회장을 태우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한 팔을 창에 걸치고 그 위에 또 다른 팔을 얹는 듯한 자세로 저를 '스윽' 쳐다보던 김 회장에게 "오늘 경기 이겨서 기분 좋으시겠어요?"
너무나 뻔한 대답이 예상되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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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은 창틀에 얹었던 한 팔을 치켜들며 "우승까지 가야지"라고 들뜬 듯 말했습니다. 최근 한화이글스 성적을 위안삼고 있던 LG트윈스 팬으로서 울컥할 만한 대답이었지만 그만큼 김 회장은 오늘 승리에 고무된 듯 했습니다.
이전에도 야구 경기장을 찾을 거란 얘기가 간간이 있었기에 "경기장을 직접 찾으신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날카로운 추궁(?)을 시작했습니다.
김 회장님 왈 "이기라고……."
한화이글스 승리에 그토록 목말랐다는 것으로 이해되면서도 회장이 응원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단순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대답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김승연 회장의 직설 화법이 익히 알려졌기에 웃으며 "직원 분들이 참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실제 잠실벌에서 펼쳐진 주황색 모자와 티셔츠 물결이 보기 좋았습니다. 두산베어스 팬들이 좀 마음쓰리겠지만, 동료애와 소속감, 회사에 대해 무언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을 갖는다는 것은 직장인들 누구나 바라는 로망이니까요.
김 회장은 이제껏 싱긋, 빙긋 웃던 표정에서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7000명을 데리고 왔어…."
사전에 알려졌던 5000명보다 더 많은 숫자여서 조금 놀라기도 하고 이 많은 숫자의 직원들을 야구장으로 데리고 와서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이 들자 김 회장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그 마음만은 진심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기는 게 중요하지"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낸 김 회장, 저에게 명함 하나 달라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타고 옆에서 알짱거리는 기자가 황당했는 듯.
자전거 바구니 속에 처박힌 가방속의 명함지갑을 찾으려 했는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두 발로 자전거 지탱하면서 노트북 들어있는 가방 뒤지는 게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아, 명함 같은 건 준비했다가 팍팍 줘야지"라는 김회장의 '쫑크'가 이어집니다.
"예전에 드렸어요"라며 김회장의 마이바흐를 자전거 위에서 배웅했습니다.
저만치 멀어지는 마이바흐 뒷꽁무니를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외치는 소리. "회장님 때문에 이긴 거 같아요!!!!"
오늘 만은 한화이글스 팬들에게,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에게 김승연 회장은 승리의 요정처럼 보였을 겁니다. 잠실야구장에 마이바흐가 나타나면 또다시 한화이글스의 승리를 기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