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두려움이야말로 투자자에게 가장 큰 적이라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한 방법은 자아를 초월하는 것이다. 이게 어렵다면 그냥 웃으면 된다. 웃음은 두려움을 털어내는 훌륭한 무기다.
이라부는 의학박사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물이다. 이라부와 짝을 이루는 간호사 역시 미니스커트 차림에 진료실에서 담배까지 피워댄다. 의사와 간호사가 이 모양이니 제대로 치료하기는커녕 환자가 찾아오기나 할까 싶지만 어쨌든 의사가 주인공 아닌가?
뭐 대충 이런 식이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강박신경증을 앓고 있다. 뾰족한 물체에 공포를 느끼는 야쿠자 중간두목, 파트너를 믿지 못하게 된 서커스단의 공중그네 연기자, 의과대학장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대학병원 의사, 소설을 쓸 수 없게 된 여류작가, 스토커에게 당하고 있다는 망상에 시달리는 모델….
이라부는 이들에게 좌충우돌 기상천외한 치료방법을 선보인다. 그런데 환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비로소 자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다가 치료돼간다. 독자들도 어느새 삶이라는 게 그리 심각하거나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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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부의 치료 방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세상이니 남의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 책에 환자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 가운데도 강박신경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꽤 많다. 자신의 투자를 너무 걱정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설마 하겠지만 윌리엄 오닐이 쓴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에 실제 사례가 나온다.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은 1961년에 브룬스윅 주식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60달러에 매수했다. 브룬스윅은 1957년 이래 대표적인 주도주였고 주가는 20배 이상 올랐다. 그는 브룬스윅 주가가 더 떨어져 50달러에 이르자 추가로 매수했고 40달러까지 하락하자 또 물타기를 했다. 브룬스윅 주가가 30달러에 이르자 골프를 치다 급사했다."
그러나 주식투자자의 가장 큰 실수는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마치 모든 결과를 자신이 좌우할 수 있다고 믿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능력으로 투자성과를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기중심주의와 조금이라도 손실을 보면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여기는 자학적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려면 투자가 무엇인지 다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누구나 투자를 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손실을 볼 수 있으며, 그렇다 해도 시장을 떠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투자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실수로 인한 손실은 일종의 참가비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러면 쓸데없는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사자 나라의 얼룩말' 우화로 유명한 랄프 웬저는 1987년 10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가치가 1주일새 17%나 폭락하자 직원들에게 말했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지난주와 똑같지? 주식시장이 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