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시장님? 美 낡은 도시의 부활

머니투데이 오마하(네브래스카, 미국)=권성희 특파원 2012.05.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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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웨이 주총 참가자 매년 증가… 관광수입도 늘고, 시는 도시정비에 힘써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리는 기간, 오마하행 항공권은 평소 가격의 최대 5배, 숙박비도 3~4배까지 폭등한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크셔의 회장, 워런 버핏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잡고자 3만여명이 넘는 버크셔 주주들이 한꺼번에 오마하를 찾는 까닭이다.

지난해 버크셔가 인수한 오마하의 지방 신문, '오마하 월드-헤럴드'는 올해 버크셔 주총에 3만5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오마하 전체 인구가 40만명 조금 넘는 수준이니 버크셔 주총을 전후한 3~4일간 한꺼번에 인구의 7% 남짓 되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셈이다.



버크셔의 주총은 오마하 다운타운 자체를 바꿔 놓았다. 1982년 15명에 불과했던 버크셔 주총 참석자는 1989년 1000명, 1996년에 5000명을 넘어섰고 1998년에는 8200명까지 늘어났다. 이듬해인 1999년에는 두 배 가까운 1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 오마하 다운타운 북쪽 상업지역. 가장 오른쪽 건물이 버크셔 주총이 열리는 센추리링크 센터↑ 오마하 다운타운 북쪽 상업지역. 가장 오른쪽 건물이 버크셔 주총이 열리는 센추리링크 센터


오마하는 버크셔 주총 참석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2000년에 새로운 컨벤션센터를 짓기로 결정하고 2억16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컨벤션센터 건설에 필요한 나머지 2억9100만달러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충당했다. 이렇게 해서 2003년 9월에 센추리링크 센터가 문을 열었고 이곳은 2004년 봄부터 지금까지 버크셔의 주총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오마하가 2000년 다운타운 북쪽에 센추리링크 센터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근에 새로운 호텔과 쇼핑센터, 고급 레스토랑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2000년부터 12년간 이 지역의 리노베이션에 투자된 돈은 10억달러가 넘는다. 오마하는 세수의 상당 부분을 센추리링크 센터를 세우고 보행자가 걷기 편하도록 보도를 넓히고 다운타운 북쪽 미주리강을 정비하는데 투자했다.

이 결과 고령화를 겪으며 방치돼있던 황량한 산업도시는 비즈니스와 예술, 엔터테인먼트, 쇼핑이 어우러진 세련된 현대도시로 재탄생했다. 센추리링크 센터 맞은편에 있던 힐튼 오마하 호텔은 확장하며 리모델링했고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홀리데이 인과 홈우드 수트 등 새 호텔들이 들어섰다. 다운타운내 매트리스 공장은 예술가들의 작업 및 전시공간인 핫 샵스 아트센터로 변신했다. 현대식 주거 빌딩이 지어졌고 야구장이 새로 건설됐다.

↑ 센추리링크 센터 내 버크셔 주주총회 모습↑ 센추리링크 센터 내 버크셔 주주총회 모습
버크셔 주총을 찾는 3만5000여명의 주주들은 주총 하루, 이틀 전부터 21세기 들어 새롭게 변신한 오마하 다운타운 내 호텔에 머물며 식사를 하고 도시를 둘러보며 쇼핑을 한다. 버크셔 주총 자체가 오마하를 미국 전역과 세계 곳곳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마케팅 기회가 된다. 버크셔 주총은 오마하 최대의 관광상품이라 할 수 있다.


버크셔 자회사들도 주총은 판매를 늘리고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버크셔 주총이 열리는 동안 센추리링크 센터 1층에는 버크셔 자회사들이 부스를 설치해 각종 제품을 판매한다. 버핏은 버크셔 투자회사들의 장터라 할 수 있는 이곳을 직접 방문해 스스로 마케터로 나선다.

버크셔가 2000년에 인수한 부츠회사 저스틴 브랜즈의 랜디 왓슨 최고경영자(CEO)는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이지만 동시에 탁월한 마케터"라며 "그는 어떻게 제품을 판촉하고 이미지를 높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스틴 브랜즈는 지난해 버크셔 주총 때 설치한 매장에서 하루에 6만5000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50%가량 더 늘었다. 버핏이 주총이 시작되기 전 저스틴 브랜즈 부스를 방문해 미녀들과 포즈를 취하며 홍보한 덕분이다.

↑ 주총이 열리는 센추리링크 센터 1층에 마련된 버크셔 자회사들의 판매매장↑ 주총이 열리는 센추리링크 센터 1층에 마련된 버크셔 자회사들의 판매매장
버크셔의 100% 자회사로 부엌용 칼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더글러스 퀵컷의 킴벌리 제임스 판매 및 마케팅 이사는 "버크셔 주총은 미국 기업들의 수퍼볼이자 최상의 자본주의 축제"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퀵컷은 이번 주총 행사를 위해 준비해온 1만5000개 세트의 부엌용 칼을 모두 팔았다.

주총 하루 전날과 주총 다음 날은 오마하에 본사를 둔 보석회사로 역시 버크셔 자회사인 보셰임스가 주주들에게 간단한 뷔페식 간식과 칵페일을 제공하며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였다.

버핏은 투자자인 동시에 오마하를 세계에 알린 도시 홍보가이자 자신의 회사를 띄우는데 뛰어난 마케터이다.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탁월한 투자 성과가 밑바탕이 됐지만 5시간을 꼬박 앉아 50개가 넘는 수많은 다양한 질문에 유머와 통찰력을 버무려 대답해주는 버핏의 주주만족 정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버크셔 자회사 판매매장을 찾은 버핏↑ 버크셔 자회사 판매매장을 찾은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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