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제호황 비결은 '정파초월' 개혁 정책"

머니투데이 프랑크푸르트(독일)=정진우 기자 2012.04.0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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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극과 극' 그리스·독일을 가다⑤-2]정종태 코트라 유럽지역본부장 인터뷰

독일은 지난 195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경제 부흥을 일으켰다. 전쟁의 폐허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것이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독일이 자신했던 전자기업과 광학기업들은 우리나라보다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런 독일이 2000년대 들어 부활의 조짐을 보이더니, 최근엔 유럽 경제 최강자에 올라섰다.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 등 '정치 리더십'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달 23일 독일 프랑크프트 코트라 사무소에서 정종태 코트라 유럽지역본부장을 만나 독일 경제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 정종태 코트라 유럽지역본부장ⓒ코트라↑ 정종태 코트라 유럽지역본부장ⓒ코트라


- 재정위기 등으로 유럽 여러 나라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독일 경제만 유독 잘 나가고 있다.
▶ 독일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직업교육이나 연구개발, 투자를 장기적으로 추진했는데 이게 기업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다. 독일은 종업원 수 500명, 매출 5000만 유로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할 정도다. 이런 기업이 수출주도형 산업을 이끈 덕분에 독일은 유럽 국가들이 힘들 때에도 별 타격 없이 성장을 할 수 있었다.

- 독일 경제가 잘 나가는 이유가 정치권이 밀어붙인 개혁정책 덕분이란 분석도 있다.
▶ 물론이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독일만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는 분명 정치적인 안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들은 독일이 지금처럼 잘 나가는 이유로 정치권의 개혁 정책을 꼽는다. 지난 2003~2005년 당시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했을 때 독일 경제 성장의 잠재력 증대와 보다 탄탄한 고용 기반 마련을 위해 도입한 포괄적인 경제 개혁인 '아젠다 2010'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의 경제호황도 그때 개혁 정책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 구체적으로 어떤 개혁이 이뤄졌나.
▶ 2003년 이후 노동시장과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및 교육 등 5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개혁이 이뤄졌다. 주요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기업 단위의 임금 교섭 장려, 실업급여 축소, 1인 기업 창업지원, 유아보육 확대 등이었다. 특히 작은 일자리를 확대시키는 등 사회 전반에 노동 유연화 분위기를 퍼뜨렸다. 이 같은 정책의 핵심은 '하르츠 법'이다.

당시 복지개혁위원회 위원장인 폴크스바겐 이사 '페터 하르츠' 이름을 차용해 하르츠 개혁이라고도 하는데, 2002년부터 3년 동안 개혁이 이뤄졌다. 실업자들에 대한 직업 알선과 노동을 강제화해 실업률을 떨어뜨렸고, 실업 급여 지급기간이 기존 32개월에서 12개월로 축소됐다. 특히 노동 없는 개혁은 없다는 취지하에 과다한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는 등 구조적 실업 감소를 위해 추진됐다. 당시 국민적 반대가 거셌다. 논란도 컸고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거듭되는 유럽의 재정 위기에도 독일 경제가 호황을 누리자 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 결국 최근 독일 경제가 잘 나가는 이유로 정치권의 노력을 꼽을 수 있는 것인가.
▶ 독일 정치권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했다. 혁신기업 육성에 무엇보다 힘을 쏟는다. 활발한 M&A가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최적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담합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 해소 등 경쟁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또 정파를 초월해 일자리 중심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좌파가 고안한 개혁정책을 우파가 계승해 이를 확대한 것이다.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경제 정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때론 국민을 설득해 고난을 함께 이겨냈다. 이게 독일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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