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역발상 투자 이번에도 통할까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4.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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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1조원대 태양광 리모델링 우려 섞인 기대

웅진그룹의 역발상투자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웅진그룹은 지난 2월 알짜회사인 웅진코웨이 (61,200원 0.00%)를 팔고 대신 웅진폴리실리콘과 극동건설 등 어려움을 겪는 계열사를 위해 매각대금을 쓰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웅진코웨이는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며 웅진그룹 15개 계열사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 회사다.



지난달 28일에는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이 화장품사업부문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시작한 웅진코웨이 화장품사업은 리엔케이의 성공적 진출에 힘입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사업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변경한 또 다른 승부수로 평가 받는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자금을 통해 태양광에너지 등 미래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어렵더라도 건설업을 버리지 않고 키우는 과감한 카드를 선택했다. 그동안 대다수 그룹들이 적자 계열사들을 '꼬리 자르기' 식으로 팔아 버린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웅진그룹은 이미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효자 기업인 코리아나화장품을 팔고 당시로선 앞날이 불투명한 웅진코웨이에 투자해 성공한 전력을 갖고 있다. 당장 힘든 기업을 헐값에 파느니 잘나가는 기업을 높은 몸값을 받고 파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게 웅진그룹의 경영전략인 셈이다.



◆"흉년에 땅 사고 풍년에 집 판다"

이 같은 웅진그룹의 행보를 보면 증시 격언을 연상하게 한다. "흉년에 땅 사고 풍년에 집 판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말처럼 웅진그룹의 역발상 전략과 타이밍은 투자 격언과 비슷하다. 다른 기업들의 행태와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매각을 소개하며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핵심자산을 매각해 해법을 찾는 전략이 다른 한국기업들과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금호그룹이 경영 난관에 부딪히자 2006년 인수했던 대우건설을 결국 재매각 했고 LIG그룹도 지난해 3월 LIG건설을 포기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사례를 들었다.


웅진폴리실리콘과 태양광 _ 사진 머니투데이DB

◆웅진코웨이 매각자금, 리모델링 비용 충당할까

이 같은 웅진그룹의 역발상 전략은 한편으론 우려를 낳는다.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을 팔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당분간 고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의 매각으로 인해 웅진그룹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외형 축소에도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극동건설 지원에 나선 웅진홀딩스 (1,118원 ▼11 -0.97%)의 부채상환과 이에 따른 이자비용 축소 효과는 긍정적이다. 웅진홀딩스가 차입금 4500억원을 상환하면 연 이자비용만 3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단순히 외형과 수익성 감소를 우려하는 건 다소 과도한 판단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웅진그룹이 사활을 건 태양광사업 육성 프로젝트가 웅진코웨이 매각자금을 발판 삼아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증권업계는 이를 위해선 적어도 1조17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폴리실리콘의 P2설비(1만톤) 증설과 올해 만기도래하는 웅진홀딩스의 단기차입금 중 상환 예정인 2500억원, 극동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에 대비하기 위한 여유자금 1500억원, 웅진케미칼 (19,950원 ▲50 +0.2%) 인수자금 최대 3000억원, 극동건설 운영자금 보충을 위한 1000억원 등을 계산한 수치다.

현재로선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태양광사업 투자, 극동건설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가 예상한 웅진코웨이의 매각가격은 1조~1조5000억원 수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40%정도 쳐준 가격이다. 최대치인 1조5000억원에 매각할 경우 모든 걸 해결하고도 남는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태양광사업은 적절한 시점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이므로 투자여력을 미리 확보해 놓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태양광사업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바닥을 다지고 회복할 수 있을지가 웅진그룹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극동건설 '보릿고개' 극복 체질개선 추진

그룹의 사업구조 '리모델링'을 위한 재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체질개선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극동건설도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장기적인 부동산 불황기를 버텨낼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상위 건설업체들은 이 때문에 주택사업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고 플랜트나 해외건설을 강화하는 변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고 수주 경험이 부족한 중견업체들에겐 해외건설이나 플랜트시장은 벽과 같은 존재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극동건설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극동건설의 사업구조가 주택 위주여서 태양광사업 계열사들의 공장 건설과 타 회사들과 공동시공을 통해 경험을 쌓아 플랜트 매출을 높이려는 계획"이라며 "그룹의 자금여력 확보로 PF우발채무를 줄이고 1000억원 가량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재무상태도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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