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젠, 즉 개선은 '모방'이라는 의미도 내재돼 있다. 있는 것을 고치는 것이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발명이 아니다. 사실 일본은 유사 이래 새로운 것을 발명한 것이 하나도 없다. 화약, 종이에서부터 철도, 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한 차원 더 높은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발명품 중에서 일본 것은 없다. 소니 워크맨, 닌텐도 슈퍼마리오, 토요타 자동차 모두 새로운 발명품은 아니다.
천연의 부존자원이 없다면 인공의 자원을 많이 만들어서 축적해야 한다. 인공 자원이라는 것이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나 R&D를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자원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의 경제적인 실적을 달성한 기저에는 높은 교육열이 한몫을 했다.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80%,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교육열이 우리나라를 이만큼까지 이끌고 왔다. 그러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많은 국민을 대학 졸업자로 만드는 것은 모방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그 단적인 사례다. 우리는 아이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만 그것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성능 좋게 모방해내는 능력은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모방능력에만 의지하다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일본처럼 빈곤함정의 덫에 빠지게 된다.
이제는 혁신형 경제로 이행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실상은 퇴보하고 있다. 기초연구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전보다 더 홀대받고 있다. 우수 인재도 우리나라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연구 환경이 좋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처럼 수백년동안 축적된 지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기초연구에 아무런 조건 없이 물쓰듯 연구비를 대주는 문화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우리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을 만들어 내야 한다. 풍족한 연구비와 최신의 연구시설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집도 하나씩 대주고 연봉도 세계 최고수준으로 맞춰줘서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한때 대덕단지에 투자해놨던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벤처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곳. 그런 꿈이 우리 수준에는 너무 과도한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