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칼럼]부의 세습과 교육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2.03.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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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부의 세습과 교육


새우양식장에는 수차가 있다. 수차를 돌려 윗물과 아랫물을 순환해서 수질오염을 낮추고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생장률을 높인다. 국가경제 역시 구성원간 부의 분포가 시계열적으로 변해줘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부의 세습 및 고착화를 완화하는 대표적인 기재가 상속세다. 그런데 최근 많은 국가에서 이중과세라는 원칙문제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고 이를 피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실효성 문제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복지의 대명사 스웨덴을 비롯해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최근 이를 폐지했고 영국이 세율을 대폭 인하했다. 미국 역시 공화당이 상속세율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캐나다나 호주는 양도소득세로 전환했다.



실효성이 약한 상속세 외에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 교육이다. 공평한 교육기회를 통해 급진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 계층간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부모의 재산과 자녀들의 선천적 학습능력 사이의 상관성이 낮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모의 재산에 따른 자녀들의 학습환경 차이의 영향인데 이 효과가 강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빈부의 세습은 재산의 상속 자체에다 교육환경의 차이로 인한 미래 부의 격차로 인해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높다보니 더욱 심각하다.

이를 완화하는 방법은 애초에 피교육 정도에 따른 임금차별을 완화하든지 교육환경의 차별 자체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최근 은행을 비롯한 일부 기관에서 정부의 압력으로 고교 졸업자에게 제한적이나마 문을 열어주고 있지만 이러한 경향이 사회적 컨센서스로 확대돼야 하고 학력간 임금격차를 대폭 줄여야 한다.



공평한 교육의 기회는 현실적으로 명문대 진학을 위한 피교육의 기회가 된다. 물론 전술한 바와 같이 명문대 진학 자체가 중요한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명문대 입학에 목을 매는 100m 경주에서 부자의 자녀가 30m 앞에서 출발하는 현실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과거 5공화국 때 사용한 사교육 금지를 고려할 만하다. 물론 피교육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 고교교육의 현실을 보라.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심도가 낮다보니 중학교 졸업 때 이미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막상 고교에 진학한 후에는 반복학습만 하는 상황이다. 변별력을 줄이기 위해 교과수준을 낮춘다고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었는가? 더군다나 사교육은 내용이 쉬울수록 효과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고소득층 자녀들이 수혜를 입지 않는가? 결국 현재 사교육은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낮고 분배만 악화시킨다. 사교육 금지를 통해 가계부담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교육 금지는 기본적으로 고소득층 자녀들의 차별적 기회를 제한하여 격차를 줄이는데 이와 반대로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기회를 신장해 격차를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산층 이하 자녀만을 대상으로 한 명문고교를 부활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와 병행하여 대학별 본고사를 부활하자. 과거 본고사는 단순 반복학습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내기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지적 능력이 우수해야 하는데 이는 빈부의 문제와 상관성이 떨어진다. 저소득층의 인재가 양질의 공교육을 통해 계층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이러한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무상급식 문제에서 부각되었던 낙인 효과가 우려스럽지만 오히려 집안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런 명문고에 다닌다는 자체가 그런 부작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본고사와 병행하여 실시할 경우 교육의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이고 공교육 정상화나 인구 분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라도 우리 경제의 생태계가 건강할 수 있도록 현재의 교육체계는 손을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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